[고수에게 듣는다] 이원기 KB자산운용 사장…이곳저곳서 비명지를 때가 펀드 투자 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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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식시장이 안개 장세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도 쉽지 않다. 천정부지로 치솟던 상품가격이 급락세로 돌아섰는데도 선진증시는 물론 이머징 증시까지 동반침체에 빠졌다. 잠잠했던 신용위기가 다시 부각되고 경기둔화 우려는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증시도 연일 휘청거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고민은 깊어만가고 있다. 여의도의 대표적인 투자전략가인 이원기 KB자산운용 사장을 만나 해법을 들어봤다.
이 사장은 증권업계에서 대표적인 낙관론자로 꼽힌다. 코스피지수가 상승세를 타던 지난해에는 "3년 내 코스피지수 3000돌파"를 호언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올해 초에는 KB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펀드의 주식비중을 크게 줄였다. 바로 중국증시의 추락 때문이었다.
지난주 한국증시는 코스피지수가 1년4개월 만에 1500 밑으로 내려갔다. 시장에서는 뉴욕증시의 영향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미국의 양대 모기지업체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구제금융설이 다시 흘러나오면서 신용위기가 다시 부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장은 뉴욕증시가 올랐더라도 한국증시는 떨어졌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우리 시장은 미국보다는 중국증시의 하락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미국의 신용위기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중국의 경기둔화는 차원이 다르다"며 "당분간 한국증시는 상하이증시와 연동돼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의 한국주식 매도에 대해서도 색다른 의견을 내놨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의 외국인 매도의 주 원인이 미국시장의 불안이었다면 작년 이후에는 중국시장의 불안으로 외국인들이 한국주식을 팔았다는 것이다. 그는 "외국인들은 한국을 중화경제권으로 간주할 정도로 중국과 밀접히 연관시켜 투자를 하고 있다"며 "이는 미국보다 중국에 대한 한국 경제의 의존도가 훨씬 높다는 데서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중국증시와 한국증시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그는 상하이증시에 대해 시기적으로는 연말,지수로는 2000포인트가 저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사장은 "중국도 장기하락의 마지막 국면에 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바닥이 확인되면 20∼30%의 반등을 거친 후 안정을 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중국증시는 때때로 고도성장의 후유증을 겪으면서 기대에 못 미치는 상승률을 보일 것이라는게 그의 생각이다. 따라서 작년 10월 중순의 전고점인 6000포인트를 다시 넘는 데는 오랜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중국증시에서도 가치투자를 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며 "중국증시에 대한 기대수익률도 연 10∼20%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증시 역시 단기적으로는 중국증시와 동조화 현상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그는 국내 경기는 올해 초를 정점으로 하향 국면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이 사장은 "국내 경기사이클의 폭은 길어야 1년 2∼3개월,짧으면 7∼8개월 정도로 좁아졌는데 이미 하향국면이 6개월 이상 진행된 만큼 내년 1분기가 저점이 될 것"이라며 "따라서 올 4분기에는 내수경기가 바닥을 치게 되고 이에 따라 주식 선취매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그는 유가의 하향안정,내수경기 저점 임박,중국시장 바닥 확인 등이 나타나면 코스피지수가 200포인트 정도는 쉽게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즉 올 4분기에는 적어도 코스피지수가 1800선까지는 반등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 사장은 "최근 운용하고 있는 주식형펀드의 주식편입 비중을 다시 90% 이상으로 높였다"며 "느긋하게 반등장을 기다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가 어떤 주식을 샀는지 궁금했다. 낙폭이 컸던 중국 관련주일까 아니면 환율효과가 기대된다는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수출주일까. 정답은 의외로 '내수주'였다. 그는 "중국관련주는 낙폭이 컸지만 그동안 지나칠 정도로 많이 올랐기 때문에 여전히 싸지 않다"고 답했다. 또 수출주도 환율효과보다는 경기둔화에 따른 수요감소 효과가 더 크기 때문에 전망이 밝은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 사장은 "반등장의 핵심은 내수 경기사이클이 바닥을 쳤다는 것"이라며 "따라서 선취매가 시작되면 내수주부터 매수세가 유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증시가 앞으로 2∼3년 동안 투자자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크게 보면 우리 증시는 지난해 7월부터 1년 동안 큰 조정을 보이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에 그만큼 시장에는 많은 에너지가 축적돼 있는 상황인데 중국이 바닥을 보이면 외국인들이 다시 한국시장으로 돌아오면서 추세적 상승기조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 증시만큼 밸류에이션(주가수준)이 낮을 뿐더러 개인 투자문화가 정착돼 있고 기업이 투명한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별다른 리스크없이 1년에 20% 수익을 낼 수 있는 곳은 한국밖에 더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렇다면 변수는 없을까. 그는 가장 큰 문제로 부동산을 꼽았다. 부동산 경기가 경착륙하거나 과열되면 우리 경제는 물론 주식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로 인한 부실이나 가계부채 건전성 등에 문제가 생겨 일본의 80년대식 복합불황에 빠질 수도 있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이 사장은 "정부가 과도한 정책으로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줘서는 안 된다"며 "지금이야말로 세련되게 부동산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펀드투자에 대해 그는 "4∼5개의 성격이 다른 펀드에 분산투자해서 장기로 가져가는 것이 가장 좋은 투자방법"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 국내 투자자들의 펀드 보유기간은 평균 8개월.그러나 경기사이클을 감안하면 적어도 보유기간이 1년반이 돼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래야 경기사이클과 관계없이 이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인기와 유행을 좇는 투자방식이야말로 성공투자의 적"이라며 "실적과 유행에 상관없이 꾸준하게 투자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펀드를 고를 때도 '높은 수익률'보다는 '꾸준한 수익률'을 기준으로 삼으라고 말했다. 시황에 휘둘리는 펀드는 일시적으로 고수익을 올리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앞으로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대형 우량기업과 중견기업 간 주가격차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따라서 펀드에 가입할 때도 핵심 블루칩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펀드가 더 유망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증시가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면 한국을 대표하는 몇몇 주식에 외국인투자자들이 몰릴 것"이라며 "앞으로는 50개 미만의 핵심우량 블루칩으로 투자전략을 짜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펀드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 펀드 가입시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수가 저점일 때 가입해야 수익률이 극대화되지만 현실은 정반대인 경우가 많다. 그는 "시장이 침체돼 여기저기서 신음소리가 들릴 때가 바로 가입 적기"라며 "그러나 한국 투자자들은 인기와 유행을 타는 펀드에 후행적으로 투자하는 관행에 익숙해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펀드판매사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은행 증권사들은 투자자 이익보다는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자들마다 자산상태가 다르고 처한 상황과 투자목표가 다르지만 판매사가 추천하는 펀드는 똑같은 것도 이 같은 이유다. 그는 최근 시장에 유행하고 있는 파생상품펀드에 대해서도 "지금처럼 지수가 바닥인 상태에서는 상대적으로 매력이 떨어지는 상품"이라며 "오히려 지금은 정통 주식형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가장 좋은 투자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글=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
com /사진=양윤모 기자 yoonmo@hankyung.com
이 사장은 증권업계에서 대표적인 낙관론자로 꼽힌다. 코스피지수가 상승세를 타던 지난해에는 "3년 내 코스피지수 3000돌파"를 호언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올해 초에는 KB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펀드의 주식비중을 크게 줄였다. 바로 중국증시의 추락 때문이었다.
지난주 한국증시는 코스피지수가 1년4개월 만에 1500 밑으로 내려갔다. 시장에서는 뉴욕증시의 영향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미국의 양대 모기지업체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구제금융설이 다시 흘러나오면서 신용위기가 다시 부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장은 뉴욕증시가 올랐더라도 한국증시는 떨어졌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우리 시장은 미국보다는 중국증시의 하락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미국의 신용위기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중국의 경기둔화는 차원이 다르다"며 "당분간 한국증시는 상하이증시와 연동돼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의 한국주식 매도에 대해서도 색다른 의견을 내놨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의 외국인 매도의 주 원인이 미국시장의 불안이었다면 작년 이후에는 중국시장의 불안으로 외국인들이 한국주식을 팔았다는 것이다. 그는 "외국인들은 한국을 중화경제권으로 간주할 정도로 중국과 밀접히 연관시켜 투자를 하고 있다"며 "이는 미국보다 중국에 대한 한국 경제의 의존도가 훨씬 높다는 데서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중국증시와 한국증시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그는 상하이증시에 대해 시기적으로는 연말,지수로는 2000포인트가 저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사장은 "중국도 장기하락의 마지막 국면에 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바닥이 확인되면 20∼30%의 반등을 거친 후 안정을 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중국증시는 때때로 고도성장의 후유증을 겪으면서 기대에 못 미치는 상승률을 보일 것이라는게 그의 생각이다. 따라서 작년 10월 중순의 전고점인 6000포인트를 다시 넘는 데는 오랜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중국증시에서도 가치투자를 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며 "중국증시에 대한 기대수익률도 연 10∼20%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증시 역시 단기적으로는 중국증시와 동조화 현상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그는 국내 경기는 올해 초를 정점으로 하향 국면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이 사장은 "국내 경기사이클의 폭은 길어야 1년 2∼3개월,짧으면 7∼8개월 정도로 좁아졌는데 이미 하향국면이 6개월 이상 진행된 만큼 내년 1분기가 저점이 될 것"이라며 "따라서 올 4분기에는 내수경기가 바닥을 치게 되고 이에 따라 주식 선취매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그는 유가의 하향안정,내수경기 저점 임박,중국시장 바닥 확인 등이 나타나면 코스피지수가 200포인트 정도는 쉽게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즉 올 4분기에는 적어도 코스피지수가 1800선까지는 반등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 사장은 "최근 운용하고 있는 주식형펀드의 주식편입 비중을 다시 90% 이상으로 높였다"며 "느긋하게 반등장을 기다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가 어떤 주식을 샀는지 궁금했다. 낙폭이 컸던 중국 관련주일까 아니면 환율효과가 기대된다는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수출주일까. 정답은 의외로 '내수주'였다. 그는 "중국관련주는 낙폭이 컸지만 그동안 지나칠 정도로 많이 올랐기 때문에 여전히 싸지 않다"고 답했다. 또 수출주도 환율효과보다는 경기둔화에 따른 수요감소 효과가 더 크기 때문에 전망이 밝은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 사장은 "반등장의 핵심은 내수 경기사이클이 바닥을 쳤다는 것"이라며 "따라서 선취매가 시작되면 내수주부터 매수세가 유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증시가 앞으로 2∼3년 동안 투자자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크게 보면 우리 증시는 지난해 7월부터 1년 동안 큰 조정을 보이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에 그만큼 시장에는 많은 에너지가 축적돼 있는 상황인데 중국이 바닥을 보이면 외국인들이 다시 한국시장으로 돌아오면서 추세적 상승기조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 증시만큼 밸류에이션(주가수준)이 낮을 뿐더러 개인 투자문화가 정착돼 있고 기업이 투명한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별다른 리스크없이 1년에 20% 수익을 낼 수 있는 곳은 한국밖에 더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렇다면 변수는 없을까. 그는 가장 큰 문제로 부동산을 꼽았다. 부동산 경기가 경착륙하거나 과열되면 우리 경제는 물론 주식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로 인한 부실이나 가계부채 건전성 등에 문제가 생겨 일본의 80년대식 복합불황에 빠질 수도 있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이 사장은 "정부가 과도한 정책으로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줘서는 안 된다"며 "지금이야말로 세련되게 부동산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펀드투자에 대해 그는 "4∼5개의 성격이 다른 펀드에 분산투자해서 장기로 가져가는 것이 가장 좋은 투자방법"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 국내 투자자들의 펀드 보유기간은 평균 8개월.그러나 경기사이클을 감안하면 적어도 보유기간이 1년반이 돼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래야 경기사이클과 관계없이 이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인기와 유행을 좇는 투자방식이야말로 성공투자의 적"이라며 "실적과 유행에 상관없이 꾸준하게 투자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펀드를 고를 때도 '높은 수익률'보다는 '꾸준한 수익률'을 기준으로 삼으라고 말했다. 시황에 휘둘리는 펀드는 일시적으로 고수익을 올리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앞으로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대형 우량기업과 중견기업 간 주가격차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따라서 펀드에 가입할 때도 핵심 블루칩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펀드가 더 유망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증시가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면 한국을 대표하는 몇몇 주식에 외국인투자자들이 몰릴 것"이라며 "앞으로는 50개 미만의 핵심우량 블루칩으로 투자전략을 짜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펀드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 펀드 가입시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수가 저점일 때 가입해야 수익률이 극대화되지만 현실은 정반대인 경우가 많다. 그는 "시장이 침체돼 여기저기서 신음소리가 들릴 때가 바로 가입 적기"라며 "그러나 한국 투자자들은 인기와 유행을 타는 펀드에 후행적으로 투자하는 관행에 익숙해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펀드판매사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은행 증권사들은 투자자 이익보다는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자들마다 자산상태가 다르고 처한 상황과 투자목표가 다르지만 판매사가 추천하는 펀드는 똑같은 것도 이 같은 이유다. 그는 최근 시장에 유행하고 있는 파생상품펀드에 대해서도 "지금처럼 지수가 바닥인 상태에서는 상대적으로 매력이 떨어지는 상품"이라며 "오히려 지금은 정통 주식형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가장 좋은 투자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글=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
com /사진=양윤모 기자 yoonm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