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과 2004년 맺은 단체협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키로 방침을 정했다.

전임 교육감이 전교조와 맺은 단체협약이 지나치게 교사들의 이익을 보호하고 교장과 시교육청의 권한을 제한하는 등 '독소조항'이 많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재선에 성공한 공정택 교육감이 과연 전교조의 반발을 무마하고 단체협약 개정을 이끌어낼지 주목된다.

21일 서울시교육청 관계자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오는 10월께 전교조에 단협을 해지한다고 통보할 예정이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32조는 단협 당사자 중 일방이 협약을 해지하려 할 경우 이를 통보한 뒤 6개월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협약의 효력이 사라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교육청이 단협을 해지하겠다는 '결단'을 내린 것은 유인종 전 교육감이 맺은 단협안이 시교육청과 각 학교 교장들의 권한 행사를 제한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그동안 일부 독소조항을 고치는 등 단체협약을 새로 맺기 위해 전교조 등에 수차례 협상을 요구했는데 이에 응하지 않았다"며 "계속 응하지 않으면 해지를 통보하겠다"고 말했다.

현행 단협안은 '주번ㆍ당번교사 제도를 폐지하고,휴업일에는 근무교사를 배치하지 않도록 하며 방학 중 근무교사 배치도 가급적 하지 않도록 한다(15조 2항)'는 등 교사의 권리를 일방적으로 보호하는 내용을 상당수 담고 있어 그동안 논란이 돼 왔다. 또 근무상황카드(출근보조부) 또는 출ㆍ퇴근 시간 기록부,출ㆍ퇴근시간 체크기를 사용하지 않도록 해(15조 3항) 업무 태만이 일어나도 이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없도록 했다.

또 단협 8조는 각 학교에 교사들이 참여하는 '학교인사자문위원회'를 둬 학급담임 배정,보직교사 임명,전입요청ㆍ전보유예 등에 관해 협의토록 했다. 명색은 '자문'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압력'이라는 것이 일선 교장들의 주장이다.

단협안은 또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비공개(38조)하도록 하고 학교 평가에 대해서도 '평가 영역을 축소해 현장 방문 평가 위주로 실시하되 별도의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는다'(39조) 등 교사 간 경쟁을 거부하는 내용으로 일관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이 같은 단협안이 공 교육감의 임기 동안 추진해야 할 각종 개혁 정책과 배치되는 '걸림돌'이라고 보고 있다.

시교육청은 2004년 5월 단협안이 제정된 이후 8차례나 전교조 등과 협상 전 단계인 '교섭 관련 협의'를 했지만 번번이 실제 협상테이블을 마련하는 데 실패했다. 협상에 응해야 하는 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와 한국교원노동조합(한교조),자유교원노동조합(자교조))들이 교섭위원 수를 놓고 노노 간 갈등을 벌인 것이 원인이었다.

한편 현인철 전교조 대변인은 이같은 방침에 대해 "법적으로 보장받는 단체협약을 무시하겠다는 것은 전교조의 존재 근거 자체를 부정하는 것으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불법ㆍ위법 행위"라고 반발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교원 단체협약=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또는 시ㆍ도교육감이 전교조 위원장이나 교원단체협의회 위원장,혹은 이들 단체의 시ㆍ도지부장과 단체교섭을 벌여 체결하는 협약.서울시교육청은 2004년 유인종 전 서울시교육감과 당시 전교조 서울지부장 유승준씨,한교조 서울본부장 서태식씨와 협약을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