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자신을 해임한 처분의 효력을 정지시켜달라는 정연주 전 KBS 사장의 집행정지 신청이 기각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정형식)는 20일 정 전 사장이 "해임 권한이 없는 대통령의 해임 처분은 부당하다"며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정 전 사장 측이 제출한 자료로 볼 때 해임이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상태"라며 "정 전 사장에게 해임 처분으로 인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정 전 사장에 대해 KBS 이사회가 해임을 제청하자 지난 11일 이를 수용했다. 정 전 사장은 이에 반발,서울행정법원에 해임 무효 소송을 내는 동시에 집행정지를 신청했었다. 이번 집행정지 신청의 기각이 해임의 정당성을 직접 판단한 것은 아니나 향후 법원의 본안소송에 대한 판결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검찰은 이날 정 전 사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 전 사장은 KBS가 조세소송을 통해 환급받을 수 있었던 2448억원(1심 승소금액 1764억원+환급가산이자 684억원)을 합리적 이유 없이 포기,556억원(법인세 추징액 459억원+환급가산이자 97억원)만을 돌려받고 서둘러 조정으로 마무리해 1892억원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KBS 측에 끼친 혐의다.

KBS는 2005년 6월 "수신료가 준조세인데도 그동안 수신료 수입에 대해 법인세ㆍ부가가치세 등 1764억원의 세금 납부를 해온 것이 부당하다"며 국세청 등 세무 당국을 상대로 제기한 세금환급소송 1심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었다. 하지만 정 전 사장은 2004년 637억원,2005년 800억원 상당의 적자가 예상되자 적자를 긴급히 메우기 위해 합리적 법률 검토 없이 국세청과 조정을 통해 소송금액 일부만을 환급받고 소송을 취하하는 방안을 모색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해성/박민제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