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2008 베이징올림픽 역도에서 금메달을 무려 8개나 휩쓸며 역도 최강국으로서 입지를 확실히 굳히자 그 배경과 원동력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04년 아테네 대회에서 금 5, 은메달 3개를 차지했던 중국은 이번에도 자국 선수가 출전한 여자 4체급을 모두 석권했고 58kg급과 69kg급에서는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하기도 했다.

또 8개 금메달이 걸린 남자부에서도 중국은 6체급에 출전, 사재혁(23.강원도청)이 금메달을 딴 77kg급만을 빼고 금 4, 은메달 1개를 따내며 독주 체제를 구축했다.

한국이 남녀부에서 각 한 개씩 금메달 2개를 따내고 북한과 카자흐스탄, 벨로루시, 태국, 독일이 금메달 한 개씩을 나눠갖는 등 중국과 현격한 실력 차를 실감해야 했다.

1980년대 이후부터 올림픽 무대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 온 중국 역도의 상승세를 이끈 핵심 요인으로는 경쟁적인 대표팀 선발 방식과 풍부한 인적 자원,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 줄 수 있는 종목 특성 등을 꼽을 수 있다.

중국은 각 성(省)의 역도연맹이나 협회에서 선수를 관리하는 데 성과급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많은 청소년들이 역도를 한다.

성마다 역도 전문 학교까지 배치돼 있어 재능있는 유망주들을 일찌감치 발굴, 육성하고 있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역도 선수는 수 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지만 중국 언론조차 정확한 집계를 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중국은 또 철저하게 능력과 성적 위주로 대표팀을 선발하기로 유명하다.

마원광 중국 역도 대표팀 총 감독은 "중국 전역에서 잠재적인 능력을 갖춘 역도 선수를 대표팀으로 차출하는 독특한 선발 시스템이 중국 역도의 성공을 이끌어낸 가장 중요한 요인 중에 하나"라고 분석했을 정도다.

중국은 전국 각 지역에서 재능있는 선수들을 뽑은 뒤 다시 대표팀 선발전을 치러 극소수에만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기회를 주고 있다.

한 체급에서 수 천명과 경쟁에서 살아 남아야만 하는 잔인한 '적자생존' 원칙이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중국 역도 국가대표에만 뽑힌다면 그 선수는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거머쥘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갖게 된다.

이번 올림픽에서 중국에 첫 금메달은 안긴 여자 역도 천셰샤(25)가 상금으로 약 1천만 위안(15억원) 정도를 받게 돼 백만장자가 될 것이라는 중국 언론의 보도 역시 역도 '꿈나무'들에게는 큰 자극이 되고 있다.

어려운 집안 형편에서 역기를 들기 시작한 중국 역도 선수 대부분은 가족의 생계까지 책임져야한다는 부담감을 갖는 동시에 장밋빛 미래를 상상하며 꿈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쉽게 낙오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 장미란을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탕궁훙(29)은 그리 많지 않은 나이에 일찌감치 현역에서 은퇴해 지도자로 변신했고 신예 무솽솽(24) 역시 뛰어난 기량을 갖추고도 메달 경쟁력에서 밀린다는 이유로 올림픽 대표팀 명단에서 빠지기도 했다.

중국 신화통신에서 역도를 담당하는 류양 기자는 "무솽솽이 지금으로서는 중국 최고의 최중량급 선수이기는 하지만 이곳에는 역도 유망주들이 너무 많아 무솽솽이 다음에 대표팀에 뽑힐 수 있을 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중국이 초강세를 보이는 사이 유럽 역도는 이번 대회에서 급격한 하락세를 나타냈다.

유럽은 2004 아테네 대회에서 남녀 15개 체급 가운데 금메달 7개를 차지해 8개를 따낸 아시아와 대등한 실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에서는 벨로루시, 독일 두 나라만이 남자 105kg급과 최중량급(+105kg)에서 우승을 차지했을 뿐 과거에 떨쳤던 명성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전통적인 역도 강국으로 꼽혔던 러시아는 금메달을 한 개도 건지지 못한 채 은메달 4개, 동메달 3개를 따내는 데 그쳤다.

역도에서 아시아의 가파른 상승세와 비교해 볼 때 유럽의 몰락은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베이징=연합뉴스) gogo21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