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유현 < 중기중앙회 정책개발본부장 >

요즘 서민들이 생활하기가 쉽지 않다. 생필품 물가가 하루가 무섭게 치솟고 있고,경기가 안 좋다보니 돈벌이도 시원찮다. 이러다 보니 물건 살 때 한푼이라도 아끼려고 신문 광고전단지 쿠폰까지 활용한다. 이런 시기에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끄는 것 중의 하나가 신용카드 회사가 운영하는 '포인트 제도'다.

'포인트 제도'란 신용카드사가 보다 많은 카드회원을 모집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물건을 살 때 일정액의 포인트 점수를 적립해주는 제도로 소비자는 누적 포인트 점수로 현금처럼 카드가맹점에서 물건을 살 수 있다. 소비자는 알뜰하게 구매를 할 수 있어 좋고,카드사도 회원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어 불만이 없다.

하지만 포인트 제도의 이면에는 맹점이 있다. 카드사들이 카드회원 확보경쟁 차원에서 일반 포인트 점수 외에 '추가 포인트점수'를 소비자에게 적립시켜 준다는 명분으로 '특약 포인트가맹점'을 별도로 모집하고 있다. 이때 추가 포인트점수만큼의 비용은 모두 '특약가맹점'에서 부담해야 한다. 이는 특약포인트 제도 운영에 따른 혜택,즉 점포 홍보에 따라 매출증대와 같은 경영효과가 특약 포인트가맹점에 돌아간다는 이유에서다.

특약포인트 수수료는 대체로 매출액의 '1.0~2.0%' 정도로,특약가맹계약을 체결한 소상공인의 경우 일반 수수료(3.0~4.0%) 수준을 감안할 경우 매출액의 4.0~6.0%를 카드수수료로 지출하게 되어 경영상 큰 부담이 된다.

기업중앙회가 지난 6월10일부터 7월8일까지 소상공인 포인트가맹점 113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포인트가맹점 특약제도'가 정작 소상공인들에게는 지출하는 비용만큼 경영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78.9%의 특약가맹 소상공인들이 '특약가맹제도가 경영에 전혀 도움이 안 되거나 별 도움이 안 된다'고 답했으며,'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겨우 5.5%에 불과했다. 특히 소비자들이 특약 소상공인가맹점을 방문해 누적 포인트로 물건을 구매한 경우가 '한번도 없다'는 응답이 69.4%에 달했다. 더구나 포인트가맹점으로 등록한 소상공인의 48.2%는 제도의 내용을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모집인의 권유에 따라 계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소상공인들은 자신도 모른 채 원하지도 않는 추가비용을 신용카드사에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포인트 특약가맹제도'는 대형마트나 백화점,극장,페밀리레스토랑 같은 대기업들의 판매촉진에 적합한 제도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현실에서 신용카드사들이 포인트 가맹계약의 효과를 과장하거나 왜곡해 소상공인들의 가입을 부추기는 일은 시정돼야 한다. 금융당국에서도 이 같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신용카드사들이 가맹점과 계약을 체결할 때 모든 수수료 내역을 공지하고 가맹점별 카드매출총액 및 수수료 종류ㆍ금액 등을 매월 구분해 가맹점에 의무적으로 알려주도록 관련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