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이 악화되면서 나타나는 합병증의 일종인 '당뇨병성 신증'을 검사하는 방법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기법이 알부민 수치 검출법이다. 그러나 이 방법으로 당뇨병성 신증을 정확하게 판별하기 위해선 더 많은 보충적 데이터가 필요해 초기 예방활동에 도움을 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24시간 환자의 소변을 받아내 농도변화 추이를 모두 분석해야 하는 불편이 많아 간단하면서도 신뢰도 높은 검사법의 개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런 가운데 고려대 생명과학대학 김창화 교수팀은 최근 서울 역삼동 한국기술거래소에서 열린 기술거래 설명회에서 환자에서 채취한 소량의 혈액만으로도 당뇨병성 신증의 진행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생체 내 단백질 2종류(eGPx,ApoE)를 찾아냈다고 밝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혈액에 포함된 이 단백질을 바이오마커(biomarker,표지단백질)로 활용해 임신진단키트처럼 상용화할 경우 불편없이 신증전이 여부를 관리,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당뇨병 환자 300명을 대상으로 자체 임상실험 결과 뚜렷한 당뇨병 신증으로 전이가 시작된 초기환자에게서 이 같은 종류의 단백질 농도가 일정한 규칙성을 갖고 변화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2차원 전기영동기술(2-DE) 및 1H-핵자기공명분광법을 이용해 당뇨병 환자의 혈액과 당뇨병성 신증 환자의 혈액 내에서 특이한 농도변화를 보이는 단백질을 비교 추적한 결과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김창화 교수는 "소변 속 알부민 검출법에 비교한 결과와 87% 정도의 일치도를 보인 만큼 바이오마커로 활용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당뇨병 환자들이 주기적으로 하는 채혈방식 혈당체크 시 이들 단백질 생성 여부를 함께 측정하면 굳이 불편한 소변검사를 하지 않고도 당뇨병 합병증 관리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현재 당뇨병성 신증 질환의 직접적 진단기기는 전무한 실정이다. 단백뇨(microalbuminuria) 및 크레아틴 (creatinine)등의 검출을 통해 간접 진단하는 방법이 있지만 이 같은 방법은 당뇨병성 신증 이외의 다른 질병인 고혈압 및 심혈관 질환 발생을 의미하기도 해 직접적인 당뇨병성 신증의 진행 정도를 판정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김 교수는 "당뇨병성 합병증 조기 진단 관련 상품화에 성공할 경우 국내외 제약산업 발전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당뇨병성 신증 관련 진단 시장은 세계적으로 연간 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