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기본법에 '시공참여자제도'라는 게 있었는데 올해 1월부터 폐지됐다. 전문건설업체들이 건설업면허를 갖고 있지 않은 소위 '십장' '오야지' 등으로 불리는 사람(시공참여자)에게 공사의 일부를 맡기는 제도였다. '십장'끼리 불법 다단계 하도급이 성행하고 부실공사와 임금체불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없어졌다.

전문건설업체들이 최근 이 제도를 다시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업체들은 관련 단체 명의로 몇몇 일간지 1면에 광고까지 냈다. '대통령님께 호소합니다!'란 제목으로 "시공참여자 제도 폐지로 우리는 범법자가 되고 있다"며 "지난 정부가 검증되지 않은 논리와 올바른 평가 없이 일방적으로 폐지했다"고 주장했다.

영세업체가 많은 전문건설업체들이 이처럼 반발하는 것은 제도 폐지로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작년까지는 '십장'과 약정 계약을 맺고 공사 일부를 맡기면 그만이었는데 이제는 일용직 건설노동자를 직접 고용해야 된다. 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영세업체들이 일일이 근로자들과 고용계약을 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며 "일용직의 경우 일반 제조업 직원들과 달리 신용불량자가 많아 소득이 드러나면 압류가 들어오기 일쑤"라고 설명했다. 근로자들과 계약을 맺으면 4대 보험료도 지출해야 한다.

이에 대해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는 전혀 다른 입장이다. 불법 다단계 하도급으로 부실공사가 많았고,'십장'들에게 임금을 못 받거나 떼인 근로자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아 제도를 폐지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국토부 관계자는 "이 제도가 1월부터 시행됐지만 그 이전 계약은 그대로 인정해주고 있다"며 "건설노조 등에서도 폐지를 찬성했다"고 반박했다.

사실 수십년간 이어져온 과거 관행을 하루아침에 바꾸려니 힘든 것은 당연하다. 전문건설업체들은 적절한 대책이 없으면 공사를 중단하고 건설업 등록을 반납하겠다는 '엄포성 항의'도 내놓았다. 표준 임대차 계약서 작성과 유가 인상분 반영 등을 놓고 건설기계노조가 파업을 벌여 전국 건설현장이 마비된 게 불과 몇 달 전의 일이다.

이건호 건설부동산부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