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베이징올림픽이 끝나면 과연 '밸리 효과'가 나타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밸리 효과(Valley effect) 혹은 '브이-로 효과(V-low effect)'라는 것은 올림픽과 같은 대형 이벤트를 치르고 난 이후 주가가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올림픽을 치른 국가에서 이 효과가 나타나느냐 여부는 올림픽 전의 특수규모,개최도시 경제비중,후속 이벤트 등에 좌우됐다. 특히 1990년 이후 올림픽 개최국에서 이 효과가 심하게 나타났다.

우선 베이징올림픽의 특수 규모는 우리 돈으로 몇십 조원이 될지 몰라도 유가 상승,중국의 긴축정책 등 대내외 여건이 따르지 않아 증시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베이징의 경제 규모도 작다. 종전의 개최 도시가 그 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10%가 넘었으나 베이징은 5%에 불과하다.

다만 이번 올림픽이 끝나면 중국 정부가 이보다 더 주력하고 있는 상하이 엑스포를 비롯한 후속 행사가 잇달아 열릴 예정이어서 어느 정도 특수가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그런 만큼 베이징올림픽이 끝나더라도 일부 비관론자들이 우려하는 대로 밸리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올림픽 이후 중국 증시의 모습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그동안 중국 증시를 짓눌렀던 주요 악재들이 풀릴 기미를 보이는 등 지금까지와는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지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올 들어 중국 증시의 최대 악재였던 국제유가가 급락하고 있는 점이다. 중국처럼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 입장에서는 유가 움직임에 의해 경기와 주가가 좌우될 수밖에 없다. 최근 배럴당 120달러 밑으로 떨어진 유가가 대부분 상품시장 참여자들의 시각대로 100달러 내외로 떨어진다면 최대 수혜국가는 중국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국의 정책 변화 가능성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긴축정책을 실시한 2004년 4월 이후 중국 정부는 경기 과열과 인플레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량팡(兩防)' 기조를 유지해 왔으나 올림픽 후에는 경제성장은 보호하고 인플레는 계속 통제해 나가는 '이바오이쿵(一保一控)' 기조로 변경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중국 정부가 이바오이쿵 기조로 변경,인플레를 잡고 성장률을 잠재수준(9% 내외)으로 안착시킨다면 주가는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 일반인의 인식과 달리 경기가 과열일 때보다 연착륙이 될 때 주가는 많이 오르는 것이 종전의 모습이다. 경기가 과열일 때는 인플레와 금리인상 등의 부담이 있으나 연착륙이 될 때는 이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어 주가는 재차 오르는 조지 소로스의 '재귀 효과(reflexivity effect)'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비록 내년까지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10% 이내로 낮아지겠지만 경기 순환적인 면에서 내년 상반기를 저점으로 세계경기가 회복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주요 예측 기관들의 전망도 중국 증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요인 분석을 해보면 중국의 수출은 환율에 의존하는 천수답 구조를 갖고 있지만 미국 한국 등 주요 수출국 경기에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온다.

따라서 올림픽 이후 중국 증시는 빠르게 회복할 소지는 적은 듯하나 일부 비관론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재폭락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오히려 세계증시는 올 상반기 많이 올랐던 브라질 러시아 등의 자원부국과 관련 상품은 매력이 떨어지고,반면 부진했던 국가와 관련 상품은 저가 매력이 부각되면서 수익률의 평준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모기지 사태에 따른 신용위기가 지속돼 미국 금융사들이 추가적인 자본 확충에 나설 경우 수익률의 평준화 현상은 더 뚜렷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철저하게 수익이 나고 현금화가 쉬운 곳에서 자본을 확충하는 원칙을 지키고 있는 미국 금융사들이 올 상반기 한국 등 아시아 증시에 이어 차기 자본확충 후보대상으로 원유를 비롯한 상품시장과 자본부국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