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투자은행(IB)들의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잃은 금융 전문가들이 일자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명 대학을 나온 뒤 금융 전문 업무를 맡은 경력이 있어도 이를 마땅히 받아줄 곳이 없다. 최근 신용경색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IB들이 채용문을 닫은 탓이다. 이에 따라 월가 실직자들은 호구지책의 일환으로 컵케이크 강습소를 열거나 미용실을 내고 있다. 채권딜러 중에는 바텐더로 일하거나 부동산 중개업을 시작한 이들도 적지 않다.

블룸버그통신은 16일 월가 퇴직자들이 풀타임 일자리를 얻기 위해 기울이는 애절한 노력을 생생하게 전했다. 베어스턴스 신용전략 부문 부사장이던 제시카 월터(27)는 최근 뉴욕에 어린이 대상 파티용 컵케이크 강습소(컵케이크 키즈)를 열었다. 그는 "하버드대를 나와 IB에서 고액 연봉을 받은 경력은 이제 새 직장을 찾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제프 살먼(49)은 뉴욕멜론은행에서 자산담보부증권 투자 업무를 담당하다가 실직 불안감에 쫓기자 스스로 미용실 경리 담당자로 전직했다. 그는 부인 올가와 함께 최근 뉴저지 머서빌에 프랜차이즈 미용실을 열었다. 살먼은 "구조화증권 시장이 황폐화된 상황에서 언제 일자리를 잃게 될지 불안에 떠는 것보다 새 일을 찾는 게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월가 실직자들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다. 러시아 두바이 등 사방으로 흩어져 직장을 찾는가 하면 자영업에 뛰어드는 경우도 허다하다. 일부는 소매점을 열거나 목장을 사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도 상황이 개선될 조짐이 없자 일자리에 대한 인식도 확 바꿨다. 화려했던 옛날의 고액 연봉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월급이 적더라도 안정적인 직장을 찾아나선 것이다. 월가에서 금융 전문인력 헤드헌터 일을 30여년 동안 해온 마이클 멜로니씨는 "고용 사정이 이렇게 좋지 않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월가 금융사들은 1년 전 신용위기가 불거진 이후 지금까지 총 7만6670명을 감원했다. 내년 6월까지 추가로 3만3300명이 직장을 잃을 것으로 씨티파이낸스는 전망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