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 전 KBS 사장에게 배임 혐의를 적용하는데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해괴한 논리"라고 지적하면서 배임죄 성립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됐다.

2천300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500억원만 돌려받기로 하고 소송을 끝내 배임 혐의로 고발된 정 전 사장에 대한 검찰 수사 초기부터 배임죄가 되느냐를 놓고 논란이 일었는데 기소 직전에 노 전 대통령이 이를 정면 비판하면서 논쟁에 다시 불을 붙인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봉하마을 관광객을 상대로 한 최근 강연에서 "정 전 사장이 배임을 했다면 부당하게 이득을 본 사람은 국민이고 KBS와 정부간 소송에서 합의를 해 KBS가 손해를 봤다면 덕을 본 것은 정부"라고 말한 것으로 17일 전해졌다.

세금 소송 당사자가 다름 아닌 KBS와 국세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KBS가 세금을 덜 돌려받게 되더라도 결국 나머지 세금이 국민이나 국세청에 속하게 돼 배임죄를 물을 수 없다는 논리다.

노 전 대통령은 또 "감사원이 총대를 메고 나섰다"면서 감사원의 해임 요구에서 시작된 정 전 사장의 해임 결정을 비판하기도 했다.

정 전 사장의 해임 사유 가운데 세금 소송으로 회사에 손실을 끼친 점이 핵심이어서 역시 검찰의 수사와도 맥을 같이 하고 있다.

검찰은 어쨌거나 이번 주 그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할 방침이다.

KBS가 국세청을 상대로 제기했던 법인세 등 부과 취소소송의 항소심이 KBS에 유리한 상황이었는데도 정 전 사장이 2006년 1월 경영실적을 높이기 위해 서둘러 소송을 마무리함으로써 KBS에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 검찰의 배임죄 적용 논리이다.

그러나 그의 변호를 맡고 있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등 정 전 사장 측은 "국세청과의 소모적 분쟁을 조기에 종결하기 위해 부당하게 부과된 일부 세금을 법원 조정을 통해 돌려받은 것이며 이는 내부 심의ㆍ의결기구인 경영회의를 통해 결정된 사안"이라며 경영적 판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정 전 사장이 배임죄가 되는지는 결국 법원에서 가려지게 됐다.

세금 소송 당시 1심 판결은 세무당국이 세금 총액을 재산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2천300억원에 대한 부과를 취소하라는 것이었고, KBS의 소송 대리인이 KBS를 상대로 냈던 성공보수금 청구 소송에서도 1심 법원이 정 전 사장의 항소 취하가 `경영상 판단'이라는 취지로 판결한 바 있어 어떤 결론이 나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함께 유죄가 인정된다면 배임액에 대한 판단도 관심거리다.

검찰은 대검찰청 회계분석팀에 의뢰해 배임액을 1천890억원으로 산정했지만 감사원은 배임액이 514억원이라고 하는 등 배임액 산정이 크게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에 법원이 검찰의 계산 방법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만일 배임액에 대한 검찰의 계산 방법이 맞거나, 또는 5억원 이상 인정된다면 형량이 무거운 특경가법상 배임죄로 처벌되지만 배임액이 계산되지 않는다면 상대적으로 형이 가벼운 형법상 업무상 배임이 적용된다.

아울러 정 전 사장이 대통령의 해임 결정을 무효로 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여서 세금 소송의 배임죄 인정 여부가 행정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감사원이 세금소송으로 인한 회사 손실을 주요 이유로 해임을 요구하고 KBS 이사회의 해임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해임을 했기 때문에 세금 소송의 조기 종결이 배임죄가 되느냐는 해임 사유의 적법성 판단에 있어서도 핵심적 쟁점이 되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백나리 기자 taejong75@yna.co.krna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