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25.고양시청)이 베이징올림픽 여자 역도에서 세계신기록을 연거푸 경신하며 금메달을 따내면서 한국은 역도에 불어닥친 중국세를 견제할 수 있는 강력한 국가로 떠올랐다.

1984년 LA올림픽 이후 2004년 아테네대회까지 남녀 역도에서 금메달 16개를 가져간 중국은 특히 홈에서 열리는 이번 올림픽에서 모두 8개의 금메달을 가져가는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한국은 사재혁(23.강원도청)이 남자 77kg급에서 중국의 리훙리를 꺾고 중국의 독주를 저지한 데 이어 장미란이 여자 최중량급(+75kg) 정상에 서면서 다시 한 번 중국의 자존심에 흠집을 냈다.

특히 장미란이 금메달을 따낸 최중량급은 여자 역도가 처음 도입된 2000년 시드니 대회와 2004년 아테네 대회에서 중국이 잇따라 금메달을 석권한 체급으로, 가장 무거운 바벨을 들어올린다는 상징성이 컸다.

중국에서는 무솽솽(24)이라는 걸출한 선수가 체급 3연패를 위해 준비를 갖췄지만 장미란으로 인해 올림픽 무대에 서보지도 못하고 분루를 삼켜야 했다.

중국이 여자 역도에서 내보낼 수 있는 선수가 4명으로 제한된 가운데 대회가 다가오면서 장미란이라는 강력한 라이벌이 버틴 탓에 금메달이 불투명한 무솽솽을 내보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미란은 결국 올림픽이 시작하기도 전에 8년간 이어진 중국의 여자 최중량급 연패를 막아낸 한편 여자 최고 역사(力士)라는 상징성을 중국으로부터 빼앗았다.

앞선 13일에는 사재혁이 세계랭킹 1위인 리훙리를 꺾고 금메달을 들어올리면서 중국 역도에 유일한 은메달을 안겼다.

리훙리의 은메달을 제외하고는 모두 8체급에서 출전한 선수가 모두 우승(남자 69kg급에는 두 명 출전)하는 기록을 달성한 중국으로서는 사재혁에게 빼앗긴 금메달이 눈엣가시일 수 밖에 없다.

한국은 이로써 19일까지 이어지는 올림픽 역도가 금메달을 3개 남겨놓은 가운데 중국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2개의 금메달을 건진 국가가 됐다.

전 체급에서 고른 역량을 보유한 중국에 정면으로 맞설 실력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중국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충분한 실력을 증명해 보인 셈이다.

(베이징=연합뉴스) nicemasar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