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행동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모든 생명체는 유전자의 생존 도구라고 말한다. 유전자의 최대 목적은 자신의 복제자를 널리 퍼뜨리는 것이고,짝 찾기는 그러기 위해 가장 적합한 상대를 골라내는 과정이라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동물은 어떻게 짝을 구하는가.

그동안 일반적으로 통용돼 온 것은 수컷의 크고 화려하거나 우아한 외모가 암컷을 사로잡는다는 설이었다. 공작과 꿩 닭 불거지(피라미 수컷)가 그렇고 공룡의 거대한 머리 주름 또한 암컷에 대한 과시용,곧 장식물이었다고 한다. 현란한 외관이 짝찾기의 주요 요건이었다는 얘기다.

국내에선 그러나 암컷들의 수컷 선별 기준이 외모보다 안전성이라는 견해가 제기됐다. 이화여대 김태원·최재천 교수팀이 파나마 스미소니언 열대연구소 존 크리스티 박사와 함께 갯벌에 사는 농게의 행동을 살폈더니 암컷들이 잘 생긴 수컷이 아니라 입구에 천적인 새들의 공격을 막아낼 모래성을 쌓아놓은 수컷을 찾아갔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위험 감수형' 수컷이 짝을 쉽게 구한다는 보고도 나왔다. 벨기에 안트베르펜 대학과 헝가리 에외트뵈시 대학 공동 연구팀이 '유럽목도리딱새'(이하 딱새)를 조사한 결과 노출된 장소,다시 말해 천적의 공격을 받기 쉬운 곳에서 구애한 딱새의 성공률이 높았다는 발표다.

위험 감수형이 유리하다는 건데 암컷 입장에선 눈에 띄기도 하지만 용기라는 우성인자를 지녀 종족 번식에 좋다고 여기는 것같다는 해석이다. 짝을 얻으려면 잘생기거나 준비성이 뛰어나거나 용감무쌍해야 한다는 말이다. 암컷들이 학습을 통해 조심스런 투자자처럼 진화했다는 분석도 있다.

사람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잘생긴 사람,신중하고 철저한 사람,머뭇거리지 않고 다가서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짝을 구할 확률이 높을 게 틀림없다. 세 가지 다 갖추면 좋겠지만 그런 사람은 흔하지 않다. 짝을 찾으려면 우선순위를 정한 다음 눈을 크게 떠야 한다. 짝 찾기에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