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하계올림픽을 빛냈던 스타들이 2008베이징 대회를 끝으로 무대 뒤로 사라진다. 네덜란드 '수영 스타' 피터판 덴 호헨반트(30)는 남자 자유형 100m 결승에서 3회 연속 우승에 실패하고 5위로 밀리자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1996년 애틀랜타대회에서 올림픽에 데뷔한 호헨반트는 2000년 시드니대회 100m에서 47.84초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건 뒤 2004년 아테네에서 2회 연속 우승했지만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했다.

매트를 평정했던 '유도 여왕'들도 약속이나 한듯 베이징을 고별무대로 삼았다. 여자유도 63㎏급에서 애틀랜타대회 금메달과 시드니대회 은메달 등 4개의 메달을 수확했던 쿠바 출신 드리울리스 곤살레스(35)는 이번에 메달 획득에 실패한 뒤 현역생활을 마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애틀랜타대회 때 여자 48㎏ 결승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각각 따냈던 북한의 유도 영웅 계순희(29)와 일본의 간판 다니 료코(33)도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다. 아테네대회 때 우승하고 매트를 떠나려고 했던 계순희는 결혼 이후 올림픽 정상 복귀를 위해 4년을 준비했지만 이번에 여자 57㎏급 2회전에서 탈락했다. 다니 료코도 48㎏급에서 대회 3연패 도전에 실패했고 30대 중반의 나이 때문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은퇴 절차를 밟을 게 분명하다. 한국의 장성호(30·수원시청)도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었으나 '노 메달'의 아쉬움 속에 귀국하게 됐다.

1990년대 후반부터 '핑퐁 여왕'으로 세계 여자탁구를 주름 잡았던 중국 대표 왕난(29)도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탁구 마녀' 덩야핑을 이어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 3관왕에 올랐던 왕난은 시드니올림픽 2관왕,세계선수권대회 2회(2001,2003년) 연속 3관왕의 위업을 이뤘다. 1996년 애틀랜타대회부터 4회 연속 출전하는 한국 마라톤의 희망 이봉주(38·삼성전자),십수 년 동안 한국 여자핸드볼을 이끌어온 오성옥(37·히포방크)과 오영란(37·벽산건설)도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