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중국은 펀드에 투자해 단기간에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앞으로는 개별 기업이나 산업에 직접 투자해야죠."

국내 증권계에서 대표적인 '중국통'으로 꼽히는 전병서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전무)이 말하는 중국 투자 전략이다. 지난 8일 베이징 올림픽 개막 이후 중국 상하이종합주가지수가 10%가량 하락했고 올림픽 이후 중국 경기의 침체 우려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다소 의외의 얘기다. 지난해 고점 대비 지수가 약 60%나 빠져 중국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가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기업에 직접투자를 권하는 전 전무의 의견은 부담스럽기까지 하다.

그의 논리는 간단하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처럼 지수를 단기 급등시키지 않고 속도를 조절하는 동안 보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개별 종목을 발굴해 '돈을 묻으라'는 것이다. 전 전무는 "지속적인 위안화 절상과 금리 인상에 증시까지 폭등하면 세계의 '핫머니(투기자금)'가 중국으로 몰려들 것이 뻔한데 이는 유동성을 해외 시장으로 퍼내고 있는 중국 정부로서는 달갑지 않은 일"이라며 "따라서 중국 정부는 대부분의 우량 국영기업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면서 기업공개(IPO)를 통해 유통물량(수급)을 조절하고 펀드 설정(자금 유입) 자체도 통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그는 "급격한 지수 상승을 기대하며 지수 전체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에 몰두하기보다는 개별 종목이나 산업 섹터로 접근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그가 바라보는 유망 업종은 무엇일까. 단연 부동산과 가전제품(IT),자동차를 첫 손에 꼽는다. 그는 "이미 현재 지수는 지난해 부동산 시장의 거품 하락을 반영하고 있다"며 "과거 선진국들의 발전 궤도를 봐도 현재 중국의 1인당 국민총생산(GNP)이 2500달러 수준이라면 앞으로 집을 사고 새로 TV를 바꾸며 자동차를 구매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전 전무는 국내 기업도 건설 내.외장재와 IT제품 및 자동차 부품 등을 생산하는 기업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 전무는 2001년부터 중국 관련 IB(투자은행) 업무를 해온 경험과 유창한 중국어를 바탕으로 2005년 이후에는 중국 칭화대,푸단대 등에서 경영학석사 과정을 밟아왔다. 지금도 한 달에 일주일씩은 중국에 머문다. 현지 업무도 있지만 유학시절 함께 공부한 중국인 친구들도 두루 만난다. 각 지자체(성)의 공무원이거나 대형 국유기업의 간부,민간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로 구성된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가동해 그들로부터 생생한 중국의 내부사정을 듣고 직접 현지 경제흐름을 진단하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그가 바라보는 중국 경제의 미래는 어떨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의 시각은 긍정적이다. 중국과 같은 투자처를 찾기도 어려울 뿐더러 앞으로 2~3년 내에 투자해야 성장의 과실을 딸 수 있다는 것이다. 전 전무는 "'포천'지가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 중 450여개 기업이 진출한 나라,미국과 일본 영국계 대형 IB기관들이 모두 진출한 나라,1조7000억달러라는 세계 1위 외환보유액을 자랑하는 나라라면 일단 리스크를 감안하고서라도 중국이 얼마나 매력적인 투자처인지 보여주는 셈"이라고 말한다.

국제 산업의 이동 흐름을 봐도 중국의 부상은 명약관화하다. IT의 대표 상품인 반도체는 1970년 초 미국이 개발해 1985년까지 세계 1위였고 1980년 중반 이후에는 일본에 1위 자리를 내줬다. 다시 1995년부터 한국의 삼성전자가 강자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결국 반도체를 비롯해 자동차 철강 조선 전자 등 주요 제조업은 장기적으로 중국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 전무는 "이런 흐름 속에서 우리의 다음 먹거리는 바로 '금융'"이라며 "미국이 반도체 제조업을 일본이나 한국으로 넘기고도 15년간 자국 산업의 경험을 통해 이들 산업에 투자함으로써 '대박'을 냈던 기억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984년 미국의 스커더캠퍼사가 만든 코리아펀드의 수익률은 1990년대 후반까지 원금의 수십배를 불리며 미국의 컨트리펀드 중에서도 최고의 수익률을 자랑했다"며 "지난해 하반기 단기간에 과도한 수익률을 기대하며 중국 증시의 상투를 잡았던 투자자들은 지나치게 실망하기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중국의 주력 산업이 전형적인 '사이클' 산업이기 때문에 조정과 반등을 지속하며 성장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결국 그의 주장은 고도성장을 구가할 중국의 주요 기업 주식을 사서 성장의 수혜를 탐닉하는 것이 21세기 금융시대의 돈벌이 방식이라는 것이다.

전 전무는 단기적으로 올림픽 이후 9월부터는 중국 증시의 안도 랠리를 예상했다. 성장속도는 둔화되겠지만 기업이익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 이유다. 그는 "중국 정부가 10월에는 중국 개혁개방 30년 행사가 있어 더 이상의 주식 폭락을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중국은 무서운 나라다. 1978년 개방한 이후 30년 만에 이루어낸 중국의 놀랄 만한 경제성장에는 해상과 실크로드를 통한 자유로운 교역으로 160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 최대 부국이었던 저력이 고스란히 농축돼 있기 때문이란다. 특히 전 전무는 "중국은 CIC(중국투자공사) 등의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경기 침체에 들어간 미국에 투자하는 등 전 세계 기업의 최대 '구매자'로 나서고 있다"며 "오히려 한국 기업을 인수.합병(M&A)하기에 이른 시점에서 우리 금융회사들의 중국 진출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리적.문화적으로 중국과 가까운 한국이 이 시점에서 중국에 투자해야만 과거 선진국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윤을 얻을 수 있다"며 "오히려 중국의 폭발적인 성장 덕분에 세계 변방에 머물러 있던 한국이 비로소 2000년 만에 세계시장으로 도약할 기회를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글=문혜정/사진=김병언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