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톈안먼 광장 남쪽에 있는 쳰먼다제.570년의 역사를 지닌 전통 상업거리로 1년 3개월간의 재단장 공사를 끝내고 올림픽 개막 하루 전 개방됐다. 12일 저녁 찾은 이곳은 카메라를 들고 연식 셔터를 누르는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깨끗이 정비된 거리의 양쪽 상가엔 텅빈 매장이 즐비했다. 영업 중인 매장은 전통 오리구이 체인점인 취안쥐더 등 12곳에 불과했다. 밝은 조명의 거리 사진과 함께 중국 전통 브랜드의 화려한 축제라며 분위기 띄우기에 나선 중국언론의 묘사와 현장의 모습은 사뭇 달랐다. 다소 성급하게 개방했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다.

화려함 뒤에 가려진 그림자는 인근 인민대회당(국회의사당)으로 가기 위해 들어간 지하도에서도 확인됐다. 천장에서 새는 물을 받기 위해 큰 물통이 흉물스럽게 놓여 있었다. 위로 올라오니 오른쪽으로 보이는 톈안먼 광장에 작은 동산만큼이나 큰 화단들이 주변을 둘러싼 게 눈에 들어온다.

한국인들이 많이 모여사는 왕징에서 타이양궁으로 가는 길 오른쪽에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이라는 올림픽 캐치프레이즈가 새겨진 커다란 간판이 서 있다. 하지만 간판 뒤를 들여다보니 미처 철거하지 못한 농민공(농민출신 노동자)의 거주지가 있었다. 중국당국은 올림픽을 앞두고 민공들을 대거 고향으로 돌려보냈다. 하나의 세계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이다.

화려하고 장엄한 대서사시라는 평가를 받은 올림픽 개막식이 끝난 후 일고 있는 짝퉁 논란도 가려졌던 중국의 어두운 면을 보게 한다. 베이징 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았던 불꽃놀이를 생중계한 중국 CCTV의 화면 일부가 컴퓨터 그래픽이었던 것으로 밝혀지고 개막식 때 예쁜 어린이가 고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 것도 알고 보니 노래만 잘 부르는 다른 아이의 노래에 맞춰 입만 벙긋한 '립싱크'였던 것으로 확인된 것.

올림픽은 21세기 미국과 겨룰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중국을 새롭게 조명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이 만들어낸 화려한 불꽃 놀이 뒤에 가려진 중국을 다시 한번 새겨봐야 할 때다.

베이징=오광진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