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시작되는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의 교차 판매를 앞두고 보험업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가장 유리한 조합을 짜기 위해 눈치작전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가운데 대형사는 대형사끼리,계열사는 계열사끼리 합종연횡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차판매와 관련,각사별로 판매 제휴를 맺기 위한 막판 물밑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서로 유ㆍ불리를 따지며 막판까지 눈치작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실제 제휴는 8월 마지막주에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산 시스템을 공유해야 하고 상품관리도 효율적으로 해야 하는 만큼 회사별로 3∼5곳 정도와 제휴관계를 맺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가장 큰 관심은 생보ㆍ손보 양쪽에서 업계 1위인 삼성생명 삼성화재에 맞서 생보업계 3위인 교보와 손보업계 2위인 현대해상이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있는 데 쏠리고 있다.

대한생명 동부화재 LIG손보 등 다른 대형사들은 삼성 계열과 제휴를 추진하고 있는 반면 교보와 현대해상은 '삼성과는 제휴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명확히 했기 때문이다. 교보와 현대해상 관계자들은 "삼성생명 삼성화재는 서로를 집중 지원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들과 제휴해 들러리를 서기보다는 정면 대결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반면 대한생명은 제일화재 한화손보 등 계열사는 물론 삼성화재 동부화재 등과도 적극 제휴할 방침이다. 동부화재는 삼성생명 대한생명과,LIG손보는 삼성생명 교보생명과 제휴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안츠생명 ING생명 등 외국계 생보사도 대형 손보사들과 제휴를 추진 중이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교차판매 모범규준'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설계사에게 특정회사 상품을 팔도록 강요할 수 없게 돼 있다. 설계사가 보험사를 선택할 권한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회사가 다른 보험사와 배타적인 업무제휴를 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설계사들은 소속 회사와 제휴한 보험상품을 주로 선택할 수밖에 없다. 제휴 관계가 없는 회사의 상품을 팔 경우 설계사가 직접 그 회사로 찾아가 교육을 받아야 하는 등의 불편이 따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어떤 회사 상품도 팔 수 있도록 자율에 맡긴다고 했으나 회사끼리 제휴할 경우 설계사들이 이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간 제휴가 실질적인 교차판매의 판도를 가를 핵심 요인이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제휴 대상에서 소외받고 있는 소형 보험사들이 영업에 타격을 입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 심화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 용어풀이 ]

◆교차 판매=생명보험사 소속 설계사가 손해보험 상품을,손해보험사 소속 설계사는 생명보험 상품을 팔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를 말한다. 8월30일부터 시행된다. 지금은 '1사 전속제'로 생명보험 설계사는 종신보험 변액보험 등 소속 생보사 상품만,손보 설계사는 자동차보험 등 소속 손보사 상품만 팔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