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이 들어간 구조조정 기업 매각에서 대기업과 외국인에 대한 제한을 둬야 하는지를 놓고 당정이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대기업이나 외국인의 지분 참여에 제한을 둘 필요가 없거나 시장 여건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인 반면,정부는 경제력 집중이나 기술 유출 우려가 있는 일부 기업은 인수 주체를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서다.

최경환 한나라당 수석 정책조정위원장은 12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공기업의 경영효율을 높이고 제값을 받기 위해선 외국인이나 대기업의 참여를 제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위해서라도 다양한 주체를 상대로 인수 경쟁을 붙이는 게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임태희 정책위의장도 이날 "하이닉스 대우조선해양 등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을 지금껏 팔려고 내놨어도 민영화를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막대한 재산을 시장에 내다 팔아야 하는데 주식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결국 대기업이나 외국자본 또는 연기금 등이 모두 대상이 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임 의장의 발언은 경제력 집중이나 기술 유출 우려에도 일리는 있으나 현재의 자금 시장 현실을 볼 때 대기업과 외국인을 배제하고는 매각 자체가 성사되기 힘들 것이라는 '현실론'에 가깝다.

하지만 정부는 일부 기업에 대한 제한 필요성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이날 국회 공기업 특위에 나와서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 지위가 외국인에게 넘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하이닉스 등 핵심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배국환 기획재정부 2차관은 이날 또 다른 라디오 방송에 출연,"공기업 매각 과정에서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문제가 우려될 수 있다"며 "동일인 한도를 제한한다든지 매수자 요건을 지정한다든지 해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엄격하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재계는 이 같은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일반 공기업이 아닌 원래 민간기업이었던 구조조정 기업의 인수를 제한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희박하다"며 "참여정부 시절에나 통하던 '국민정서법'이 또 다시 등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차기현/유창재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