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 기온이 섭씨 35도를 넘나드는 인도 첸나이.시내에서 차로 10~20분만 나가도 지붕을 나무와 풀로 얼기설기 엮은 전통 가옥들이 수없이 눈에 띄는 곳이다. 폭염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 같은 오지 마을을 돌면서 봉사활동을 펼치는 사람들이 있다. 다름아닌 한국의 대학생들이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지난달 창단한 '해피무브 글로벌 청년봉사단' 500명은 이달 초부터 인도를 비롯,중국 터키 슬로바키아 태국 등 5개국으로 일제히 파견됐다. 이들은 환경 복지 의료 식문화 등의 부문에서 봉사활동을 벌이며 한국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 일조했다. 봉사자 1인당 15~16일씩 현지에 체류토록 했으며,의사들의 봉사도 지원했다.

특히 첸나이는 인도 남부의 낙후된 도시로,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들이 공장을 지은 곳이다. '한국 브랜드'를 인도에 뿌리내리게 하는 전초기지인 셈이다.

첸나이에서 의료봉사에 참여한 김소윤씨(건양대 의대 2년)는 "의사들이 외과 진료를 볼 수 있도록 각종 기구를 챙기고 뒷정리하는 일을 했다"며 "나중에 의사가 되면 이번 경험을 살려 해외봉사에 적극 나서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다미씨(이화여대 약대 4년)는 "현지 아이들에게 올바른 이닦기 습관을 가르쳐주기 위해 춤과 노래,연극 등을 활용했다"며 "아이들을 사랑으로 감싸주고 안아주면서 진정한 봉사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소아과 전문의인 김우성 오픈닥터스 소장은 "현지에 와보니 위생 관련 질병이 너무 많아 깜짝 놀랐다"며 "바쁘게 생활하다보면 마음의 여유도 없어지고 사회에 봉사해야 한다는 생각도 잊고 지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봉사를 통해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어 기뻤다"고 말했다. 분당 한마음치과의 이미라 의사는 "충치 치료를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환자들이 많았다"며 "봉사심이 투철한 대학생들의 도움이 컸다"고 전했다.

현대.기아차 해외봉사단은 첸나이의 각 초등학교에도 파견돼 벽돌쌓기와 페인트칠 등을 했다. 필라이바캄 초등학교에서 봉사활동에 참여한 윤희욱씨(건국대 경영학과 3년)는 "4학년이 되면 취업준비 때문에 바쁠 것 같아 대학생활의 마지막 봉사란 생각으로 이번 봉사에 참여했다"며 "책임감 있는 리더가 되기 위해선 다른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글로벌 마인드가 필수인데,이 같은 점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었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이장우씨(한국외국어대 경영학과 3년)는 "처음엔 서먹서먹해 하던 마을 사람들이 나중에 팔을 걷어붙이고 일을 도와줬고,차나 음식을 내오기도 했다"며 "봉사기간 내내 큰 도움이 되지도 못했는데,너무 많은 것을 얻어온 것 같아 부끄럽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그룹의 해피무브 글로벌 청년봉사단은 대학생들에게 해외봉사 체험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지난달에 설립됐다. 해외봉사에 나서겠다는 지원자가 1만여명을 넘을 정도로 큰 호응을 끌었다.

현대.기아차는 올 겨울방학 동안 활동할 제2기 봉사단 500명을 11월 중 별도 공모를 통해 재선발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연 1000명씩의 대학생을 해외로 보내기로 했다. 전체 봉사자의 60% 정도를 지방대학 학생들로 채운다.

인도 봉사활동을 기획.총괄한 이종일 사회문화팀 차장은 "청년봉사단은 체험봉사만 하는 게 아니라 태권도 노래 춤 의상쇼 등으로 한국을 알리는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며 "해외에서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