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미국시장에서 경기침체로 월풀 등 경쟁업체들이 주춤하고 있는 사이 공격경영으로 프리미엄 가전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불황이 기회'라는 생각 아래 프리미엄 제품을 잇달아 투입하는 공세적 마케팅 전략이 맞아 떨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11일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스티븐슨 컴퍼니에 따르면 미국 3도어 냉장고 시장에서 4위에 머물던 LG전자는 지난 2분기 시장점유율 23.2%를 차지하며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3개월 만에 1분기(11.9%)의 배에 달하는 시장을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3도어 냉장고 점유율 2분기 첫 1위

양문형 냉장고가 위에,냉동고가 아래에 붙어있는 3도어 냉장고는 대표적인 프리미엄 제품으로 꼽힌다. 대당 1600달러대에 팔리는 일반 양문형 냉장고보다 약 500달러 비싸다. 이 시장 터줏대감은 월풀,GE 등 미국업체들이었다. GE는 지난 1분기 점유율 20.6%로 1위 자리를 지키다 2분기 0.3%포인트 오른 20.9%를 차지했지만 LG전자에 밀렸다. 월풀이 미국 대형 유통업체인 시어즈에 공급하는 켄모어는 지난 1분기 20.5%를 점유했었지만 2분기에는 15.3%로 떨어졌다.

매출보다 프리미엄 브랜드 우선

안명규 LG전자 북미지역총괄 사장은 경기가 안좋아 매출이 부진하다는 보고에는 화를 내지 않는다. 대신 가격인하 등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에 흠집을 내는 말에는 펄쩍 뛴다. 회사 관계자는 이를 두고 "매출보다 프리미엄 브랜드를 우선시하는 것이 LG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미국 세탁기 시장은 경기침체 영향으로 지난해 880만대 규모에서 올해 840만대로 줄어들 전망이다. 하지만 LG전자는 프리미엄 전략에 따라 드럼세탁기 용량을 10kg대에서 12kg,15kg,16kg으로 더욱 키웠고 2006년부터 7분기째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다. 지난 1분기 점유율 23.20%였던 LG전자는 2분기에도 점유율을 소폭(0.40%포인트) 늘려 23.60%를 차지했다.

반면 월풀(22.2%→19.40%)과 켄모어(15.80%→15.00%)의 점유율은 떨어졌다. LG전자 관계자는 "올 상반기 북미 가전시장이 9% 줄어든 데 비해 LG전자 매출은 프리미엄 제품 점유율 상승에 힘입어 1% 높아졌다"고 말했다. 지난 2분기 LG전자는 북미시장에서 35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이 가운데 26%를 가전제품에서 벌어들였다.

3000弗이상 최고급 제품 공세

LG전자는 최근 세계 패션 리더들의 본고장인 뉴욕 유니언 스퀘어지역으로 미국 디자인센터를 옮겼다.

뉴욕 디자인센터는 시카고에 있는 TV 연구소 및 샌디에이고에 있는 휴대폰 연구소와 연계해 가전제품에 이어 TV와 휴대폰에 이르는 프리미엄 제품 디자인을 맡을 예정이다. 다국적 제약회사 노바티스 출신의 제임스 셔드씨를 최고 현장유통 책임(CGTMO) 부사장으로 영입해 북미시장을 맡겼다.

가전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영하 LG전자 사장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미국 시장용 신제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지난 6월 대당 3000달러가 넘는 4도어 냉장고를 미국에 내놓은 데 이어 이달부터 3200달러에 달하는 업계 최대 용량(16㎏)의 드럼세탁기로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나서기로 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