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카터 감독의 '엑스파일-나는 믿고 싶다'는 동명 TV시리즈를 영화화한 '엑스파일-미래와의 전쟁'에 이어 10년 만에 나온 두 번째 영화다. 첫 편이 외계 생명체의 미스터리를 다룬 팬터지이라면 이 작품은 장기밀매단의 엽기적인 살인 행각을 다룬 스릴러물이다. 범인 추격에 '영매(靈媒)'를 끌어들이면서 이성으로 판단할 수 있는 영역 너머의 불가사의와 구원이란 주제를 효과적으로 그려냈다.

자연인으로 돌아간 전 FBI요원 멀더(데이빗 듀코브니)와 의사 스컬리(질리안 앤더슨)는 의문의 사건으로 정부의 부름을 다시 받는다. 납치된 여성 경찰이 고통받고 있는 현장이 한 신부의 환영을 통해 나타난 것이다. 멀더는 신부의 접신(接神) 능력을 믿고 사건에 빠져든다. 그러나 과학수사를 고집하는 스컬리는 신부의 소아성애 전과를 내세우며 수사 방법을 둘러싸고 사사건건 충돌한다. 납치극과 별개로 스컬리가 돌보는 희귀질병 환자가 적절한 치료법을 찾지 못한 채 서서히 죽어가는 이야기도 곁들여진다.

멀더와 스컬리의 갈등은 '믿음의 의미'를 되비추는 장치다. 신부의 영매 능력을 믿는 멀더의 수사는 급진전하지만 신부를 불신하는 스컬리에게 납치 사건은 미궁이다. 난치병 환자의 치료 가능성도 희박해보인다. 한계 상황에 봉착한 스컬리는 스스로 외면했던 신부와 소통하면서 구원의 빛을 발견한다.

이 영화에서 영매란 '믿기 어렵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진실'을 뜻한다. 그리고 입증하기 어렵다고 진실을 외면하거나 포기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 난치병 치료에 대한 확신은 없지만 적어도 포기하지 않는 스컬리의 태도가 그것이다.

영화는 '그릇된 믿음'인 집착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소시민을 납치해 장기를 떼어내는 범죄자들은 과학 발전을 맹신한 나머지 인간의 존엄성 자체를 부정한 부류들이다. 다른 신념을 지닌 멀더와 스컬리가 끊임없이 충돌하면서도 유대감을 키워가는 대목에서는 '사랑은 믿음을 초월하는 가치'임을 강조한다. 14일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