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지야가 러시아와 '전쟁'을 시작한지 불과 3일 만에 두 손을 들었다.

미하일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은 휴전 명령서에 서명하고 이를 그루지야 주재 러시아 대사관에 전달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좀처럼 물러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그루지야 내 흑해연안 자치공화국인 압하지야로 군사작전을 확대하고 있다.

공격 자제를 촉구하는 서방 국가들의 호소도 먹혀들지 않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육해공군을 동원한 러시아의 이번 공격에 미국을 비롯해 이웃국가 우크라이나 등이 당혹해하고 있다고 11일 보도했다.

제임스 제프리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지난 10일 러시아 측에서 위험을 계속 고조시킨다면 "미국과 러시아 양국관계에 장기적으로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이 같은 메시지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러시아의 그루지야.남오세티야 협상 책임자인 유리 포포브는 오히려 "단 한 명의 미국인이 다른 국가에 의해 살해됐다면 미국은 공수사단을 급파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루지야 사태로 미국과 유럽은 무력함만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부시 행정부는 올 4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서 구 소련권이었던 우크라이나와 그루지야의 나토 후보국 가입을 지지해달라고 호소했지만 러시아와의 관계악화를 우려한 독일 등이 반대하면서 후보국 가입이 좌초됐었다.

천연가스를 러시아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유럽은 러시아에 싫은 소리를 할 수 없는 처지.
반면 '오일 머니'로 자신감을 회복한 러시아는 국제무대에서 한껏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번 그루지야 사태 역시 러시아가 이웃 국가들에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무력을 사용할 권리가 있음을 전 세계에 내보였다는 분석이다.

러시아 관리들은 최근 우크라이나 영토인 크림반도에 대한 권리도 공공연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루지야 관리들은 러시아가 이번에 그루지야를 상대로 군사작전에 돌입한 것도 단지 그루지야군을 남오세티야에서 몰아내기 위해서라기보다 친서방 성향의 사카슈빌리 대통령을 축출하고 친러 성향의 정권을 세우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yunzh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