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계에 친환경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물을 이용한 기술에서 경쟁력을 찾는 '워터노믹스' 바람이 거세다. 워터노믹스는 '물(water)'과 경제학을 뜻하는 '이코노믹스(economics)'의 합성어로,친환경 소재인 물로 핵심 기술을 개발해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가전업계의 기술 트렌드를 뜻한다. 습도 유지 성능을 높인 냉장고와 헹굼 기능을 높인 세탁기 수증기를 활용한 오븐과 청소기가 대표적인 워터노믹스 제품이다.


◆냉장고 수분 경쟁

식품의 신선도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은 온도가 아닌 습도다. 가전업체들은 수분을 지키는 성능 개발에 초점을 맞춘 신제품을 내놓고 수분전쟁을 치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출시한 지펠냉장고 신제품에 '수분케어'기술을 적용시켰다. 냉장실과 냉동실에 냉각기를 따로 두고 냉장실 수분이 냉동실로 빠져나가지 않는 독립냉각 방식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냉장실 평균 습도를 식품 상태를 최적으로 유지시켜줄 수 있도록 74%까지 끌어올렸다. LG전자도 최근 냉장고 내부의 공기와 수분을 최적으로 유지하는 '세이브 쿨링 시스템'을 채용한 신제품을 내놨다. 야채실은 89%,냉장실은 최고 76%까지 습도를 유지시킬 수 있다.

◆드럼세탁기는 헹굼물 전쟁

올해 드럼세탁기 시장의 이슈는 헹굼성능이다. LG전자는 올 1월 안심헹굼 기능을 적용한 신제품을 내놨다. 옷감과 세탁통의 세제 찌꺼기를 없애는 신기술로 '애벌헹굼→통샤워→집중헹굼→마무리헹굼'의 4단계로 헹굼기능을 확대했다. 삼성전자는 '청정헹굼'으로 LG전자의 선제공격을 맞받아치고 있다. 애벌헹굼과 고속탈수 등 4단계로 세탁물을 헹구고 잔류 세제와 부유물질을 기존 제품 대비 98.4%까지 줄였다. 헹굼물 탁도(흐림 정도)가 시중에서 판매되는 먹는 물 수준이라는 것이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소형가전에 부는 '스팀'바람

뜨거운 수증기를 이용해 저칼로리 웰빙 식단을 만들 수 있는 조리기기는 대표적인 워터노믹스 제품에 해당한다. 스팀으로 굴비를 조리하게 되면 기름을 둘러 굽는 것보다 염분과 칼로리를 각각 5%,56%씩 줄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250도 이상의 스팀으로 가열하는 하우젠 오븐을 내놨다. 기존 전기오븐에 비해 조리시간을 3분의 1로 줄여 전세요금도 최대 30% 낮췄다. 지난 6월 디오스 광파오븐을 출시한 LG전자는 스팀메뉴에 맞는 특수 스팀용기까지 개발했다. 스팀용기 발열팬에 200㎖의 물을 붓고 찜망 위에 음식을 올려 조리하면 한국식 찜요리를 오븐으로 재연할 수 있다.

동양매직도 수증기를 재가열하는 방식으로 스팀온도를 300도까지 끌어올렸다. 고온 스팀으로 요리하면 지방과 염분이 자연스럽게 빠져나와 담백한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이 밖에 물걸레질을 하는 것과 똑같은 성능을 보유한 스팀청소기를 비롯해 피부를 촉촉하게 유지시킬 수 있는 스팀테라피제품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한경희생활과학의 스팀테라피는 건조한 피부에 수분을 공급할 수 있는 피부관리 제품이다. 화장을 지우기 전이나 팩,크림 등을 바르기 전에 사용하도록 만들어졌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