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피혁가공업을 하고 있는 P사는 최근 중국 국가세무총국(국세청)으로부터 거액의 세금을 부과 받았다. 세무총국은 △단순 가공업체인데도 손익이 불규칙한 점 △모회사와의 거래비중이 매우 높다는 점 △이전가격이 한국 모회사에 의해 전적으로 결정된다는 점 등을 들어 지난 1년여간 P사에 대한 조사를 벌인 끝에 연간 영업이익의 5배나 되는 세금을 부과했다.

모회사로부터 제품당 일정액의 가공비를 받는 P사의 영업이익률이 모회사의 가공비 지급 수준에 따라 해마다 5%,-2%,2% 등으로 크게 변동됐던 게 빌미가 됐다.

중국 진출 기업에 '이전가격 세무조사' 경보가 내려졌다. 지식경제부 해외진출기업지원단은 10일 "중국 세무당국이 투자기업에 대한 이전가격 세무조사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한국 기업들 가운데도 이전가격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세금을 추징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대비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전가격 과세제도는 기업이 외국의 특수관계자와 거래하면서 정상 가격보다 높거나 낮게 책정해 소득을 특수관계자에 이전하는 경우 세무당국이 정상가격으로 산정한 소득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최근 중국에서 나타나는 이전가격 조사의 특징은 조사 건수가 줄어든 데 반해 전체 과세소득 조정액과 건당 조정액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세무총국 통계에 따르면 2006년 이전가격 조사를 통해 이뤄진 과세소득 조정액은 79억위안(약 1조1850억원)으로 2003년 58억위안(약 8700억원)에 비해 약 36% 증가했다. 특히 개별 이전가격 조사 건수당 평균적으로 부과된 이전가격 과세소득 조정액은 2003년 280만위안(약 4억2000만원)에서 2006년엔 3990만위안(약 59억8500만원)으로 13배 이상 급증했다.

세무총국은 특히 △특수관계기업 간 거래가 많은 기업 △이익이 불규칙한 기업 △동일 산업ㆍ그룹에 속하는 다른 기업과 비교해 이익수준이 낮은 기업 △특수관계자 간 거래신고 제도 또는 이전가격 관련 문서화 규정 위반 기업 △정상가격 원칙을 명맹하게 지키지 않는 기업 등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

여기에 내년부터 중국 세무총국은 다국적기업에 대해 사전에 이전가격을 검토해 이를 정상적이고 합리적으로 적용토록 유도하기 위해 '이전가격 동기화 규정'을 도입한다. 이 규정은 특수관계자 간 연 거래액이 2000만위안(약 30억원)을 넘는 기업은 이전가격 결정방법,조직구조,특수관계자 간 거래 세부정보 등을 문서로 관리토록 의무화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해당 기업들은 내년 6월1일부터 세무총국이 이전가격 문서를 요청할 경우 15일 내에 제출해야 한다.

해외진출기업지원단 관계자는 "해당 기업들은 세무조사에 대비해 선제적인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일관성 있는 이전가격의 설정과 각종 계약서의 구비,특수관계기업 간 거래 관련 가격표 작성 등 합리성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

[용어풀이]

이전가격(移轉價格ㆍtransfer price)=해외 자회사 등 국외 특수관계인과 상품매출ㆍ매입에 적용하는 가격을 말한다. 이를 이전가격이라고 하는 이유는 특수관계기업 간 상품 판매 등은 관련 기업 전체를 하나의 기업으로 볼 경우 일종의 내부거래이고,단일 기업 본지점 간 이전과 유사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