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그루지야에 대해 해상봉쇄 등 고립 작전을 펼치고 나서자 그루지야가 10일 남오세티야공화국에서 전격 철수,러시아-그루지야 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들은 10일 그루지야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그루지야 군이 분쟁 지역인 남오세티야에서 철수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러시아는 이날 그루지야 수도 트빌리시 인근 군 비행장을 폭격하고 그루지야 서부 포티항에 해군 함정을 파견,그루지야로 들어가는 식료품과 연료 등을 봉쇄하는 등 그루지야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였다.

수세에 몰린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은 러시아에 휴전을 제의했으나 러시아 측은 남오세티야에서 그루지야의 즉각 철수를 요구하며 이를 거부하고 있다. 남오세티야에 주둔 중인 러시아 평화유지군은 그루지야 군이 남오세티야에서 아직 철수하지 않았다고 주장,확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사태로 남오세티야에서 2000여명의 민간인이 사망하고 3만명의 난민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루지야 정부도 자국 군인과 민간인 128명이 숨지고,748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남오세티야는 1991년 구소련연방 해체 과정에서 분리 독립한 그루지야에 편입됐으나 곧바로 탈(脫) 그루지야를 선언,내전이 터졌다. 친 러시아 성향인 남오세티야는 그 뒤에도 분리운동을 계속해왔다. 최근 그루지야와 남오세티야가 휴전에 합의했으나,그루지야가 지난 8일 불과 수시간 만에 합의를 깨고 남오세티야를 공격했고 러시아는 이를 명분으로 전쟁에 개입했다.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에 그루지야 공격 중단을 요구하는 등 중재에 나섰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는 폭력을 그만두고 양측은 8월6일 이전 상태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사흘째 무력 사용 중단 방안을 논의 중이다. 유럽연합(EU)은 오는 13일 벨기에 브뤼셀 EU본부에서 27개 회원국 외무장관들이 모여 사태 해결책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이 10일 전했다. 또 이르면 금주 말께 EU 정상회의도 열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이번 전쟁으로 최근 하락세를 타고 있는 국제유가가 다시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루지야가 석유 수송의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바쿠(아제르바이잔)-트빌리시(그루지야)-세이한(터키)을 연결하는 BTC송유관은 총 길이 1776㎞로 하루 약 100만배럴의 카스피해산 원유를 유럽으로 실어 나른다. BTC 구간 중 그루지야 구간은 260㎞이고 이 중 약 100㎞가 남오세티야를 통과하고 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