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사이에 가장 의미 있고 가치 있게 여겨지는 장신구는 반지다. 손가락에 끼워 약속의 믿음을 지키겠다는 낭만적인 상징물.하지만 남태평양의 여인들은 성숙의 표시로 반지를 꼈는데 섹스 경험이 한 번 있는 여자는 반지 한 개를，그 이상일 때는 횟수에 따라 여러 개의 반지를 했다고 한다. 고대 중국에서는 궁녀들이 임금을 모시게 되면 은반지를 하사해 당번이 되는 달을 따지도록 했다. 이런 반지가 현대에는 약혼과 결혼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한다.

반지는 성적인 결합을 뜻한다. 완전히 하나됨을 약속하는 가장 에로틱한 상징물.결혼이라는 결합은 우리가 알고 있는 어떠한 사회적인 결속보다 강한 힘을 지닌다. 이를 기념해 결혼반지를 사용했고,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랜 전통으로 자리잡았다.

반지는 선사시대 주술적 의미로 시작됐지만 결혼반지의 기원은 고대 로마시대부터 찾아볼 수 있다. 기록에 따르면 당시 아내를 돈으로 사는 매매혼 관습이 있었다고 한다. 결혼이 성립될 때 반지가 대금 결제의 증거로 미래 아내의 아버지에게 전해진 것이다. 처음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었다. 결혼 파기도 가능했고，선물한 반지가 결혼 의무이행의 법적 증거가 되지는 않았다.

기원전 3세기부터는 인장을 대신해 사용됐던 인장반지가 결혼의 계약서로 사용된다. 어머니의 상징인 열쇠모양의 반지를 결혼반지로 사용했다. 이후 반지는 결혼이라는 계약의 증거가 됐고,이를 가진 신부는 남편을 위해 결혼 전까지 순결을 지켜야 하고,약혼기간 중 부정을 저지르면 법적 책임을 물었다.

한편 교회의 권위가 존중되면서 교회는 결혼을 통해 교회 존엄성과 기독교 보급을 꾀했다. 교회에서 신 앞에 결혼서약으로 '부부는 죽음이 그들을 갈라놓을 때까지 일평생을 함께 한다'고 맹세했고,그 상징물이자 교회의 권위를 구체화시킨 것이 결혼반지다.

필자는 여러 해 전 커플반지를 창안했다. 커플반지는 우리의 전통 반지인 가락지에서 착안했다. 두 짝의 고리를 손가락에 끼운다는 의미의 가락지는 두 개의 고리가 한 쌍이다. 두 개의 고리를 나눈 것이 바로 반지다. 커플반지는 이러한 나눔의 뜻 위에 희생과 사랑의 의미를 부여해 탄생했다.

얼마 전 노부부의 금혼식 반지를 디자인한 적이 있다. 50년을 함께 살면서 가정과 가족을 위해 노력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반지를 디자인하면서 뭉클한 감동을 느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석은 사랑이고,사랑이 담긴 반지는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게 해주는 마스코트가 된다.

/보석디자이너ㆍ쥬얼버튼 대표 ejoqueH@jewelbutt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