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2월부터 계속돼온 일본 경제 호황기(경기확장 국면)가 6년반(78개월)만에 막을 내렸다. 미국 등 세계 각국의 경기침체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일본 경제 전망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면서 엔화 가치와 주가는 급락했다.

요사노 가오루 경제재정상은 7일 '8월 경제 월례보고'를 통해 경기 현황에 대해 지난달까지 사용해온 '회복'이란 문구를 삭제하고 '경기 약화' 문구를 포함시켜 경기가 후퇴국면에 진입했음을 표명했다. 이로써 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일본이 경제 강국에 진입한 계기가 된 '이자나기 경기(1965년 11월~1970년 7월,57개월)'를 제치고 전후 최장을 기록했던 이번 경기확장기도 사실상 마감됐다.

1990년대 장기 불황에서 탈출해 6년 이상 호황기를 누렸던 일본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자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달러당 1.30엔 떨어진 109.62엔까지 추락,올 1월9일 이후 7개월 만에 최저치로 곤두박질했다. 전날 미국증시 급등에도 불구하고 닛케이평균주가도 0.98% 하락한 1만3124.89엔에 마감했다.

일본 경제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실시한 구조조정 정책에 힘입어 기업투자와 민간수요가 살아나면서 불황 탈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지난해 초 미국에서 발생한 신용경색 사태가 예상보다 장기화되면서 국내외 경제환경이 악화,성장동력을 잃고 있다.

최근 발표된 주요 경제지표는 일 경제가 본격적인 침체국면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준다. 경제를 견인해온 수출 투자 민간소비 모두 '빨간 불'이 켜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6월 일본의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해 5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무역 흑자폭도 90%나 줄어들었다. 대기업들의 실적 악화도 눈에 띄게 뚜렷해졌다. 이날 도요타자동차는 지난 2분기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민간 수요는 지난 6월 전달 대비 2.6% 감소한 데 이어 올 3분기에는 마이너스 3.0%에 달할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6월 경기동향지수도 101.7로 전달보다 1.6포인트 하락했다. 6개월 후의 경기를 나타내는 선행지수 역시 91.2로 1.7포인트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미국 중국 등 해외시장 환경이 악화되고 있어 당분간 일본 경기 후퇴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시라카와 히로미치 크레디트스위스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경기침체로 일본 경제 회복을 이끌어온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감소하고 있고,개인 소비도 줄어드는 추세여서 경기하강 속도가 빨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