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베니건스의 파산 신청,스타벅스의 매장 축소 등 미국 외식업계가 최악의 침체기를 맞으면서 국내 외식업계에도 불똥이 튀지 않을까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경기 부진과 고(高)물가 여파로 가정마다 제일 먼저 씀씀이를 줄이는 게 외식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패밀리레스토랑들은 지난해 이후 전반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웰빙 열풍에다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시푸드 레스토랑으로 손님을 빼앗기면서 베니건스·T.G.I프라이데이스·빕스·토니로마스 등 패밀리레스토랑들은 지난해 일제히 매출이 뒷걸음질쳤다. 업계 1위인 아웃백스테이크도 매출이 거의 정체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T.G.I를 운영하는 푸드스타는 지난해 매출(914억원)이 전년보다 10%가량 줄었고 영업손실은 79억원에 달했다. 베니건스를 운영하는 롸이즈온도 매출(924억원)이 6.7% 줄었고 12억원 영업손실을 봤다. 손실 폭이 커지면서 T.G.I의 매각설이 나돌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 부진과 원재료·임대료 급등 등 악재가 한꺼번에 쏟아져 올초 반짝했던 매출이 주춤하다 감소세로 돌아선 곳이 적지 않다"며 "2000년대 중반 연평균 20~30%씩 커나갈 때에 비하면 지금 체감 불황은 실제 매출 감소율 수치보다 훨씬 크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공격적으로 늘려오던 매장 증가 속도도 눈에 띄게 둔화됐다. 5개 패밀리레스토랑의 총 매장 수는 278개로 사실상 포화상태이고,새로 매장을 낼 만한 곳도 마땅치 않기 때문.해마다 10개 이상씩 신규 매장을 냈던 아웃백은 올초 100호점 이후 제자리걸음이다. 지난해 매장 수 85개로 업계 2위로 올라선 빕스도 상반기 4개를 여는 데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서로 앞다퉈 매장을 내다 한계에 접어들어 이젠 장사가 안되는 매장들을 정리해 나가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패스트푸드인 맥도날드가 2005년부터 수익성이 나쁜 매장들을 정리하면서 한때 300개가 넘던 매장이 231개로 줄어든 것과 비슷한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패밀리레스토랑들은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웰빙메뉴 개발 △저가 메뉴 출시 △알뜰 마케팅 이벤트 등 돌파구를 마련하느라 안간힘이다. 베니건스는 웰빙 레스토랑 '마켓오'를 인수해 베니건스 매장과 통합해 운영하고 유기농을 내세운 '파머스 베니건스'로 기존 패밀리레스토랑 이미지에서 탈피하는 데 온힘을 쏟고 있다. 토니로마스는 저가 테이크아웃 메뉴 등으로 지난 5월부터 매출이 증가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갈수록 소비가 위축되고 있어 패밀리레스토랑들이 한두 달 반짝 회복세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