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시위가 서울 도심 한복판을 3개월 가까이 마비시키고 주변 상권을 초토화하고 있지만 30일 현재까지 구속된 사람은 고작 13명.약 한 달 전 임채진 검찰총장은 전국 검찰청 형사ㆍ공안부장 66명을 모아놓고 "불법 촛불시위에 종지부를 찍겠다.
법과 질서가 무너진 서울 도심을 평화로운 공간으로 되돌려 놓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한 달 전과 촛불시위 상황이 변한 것은 별로 없다.
검찰은 30일 불법 촛불시위를 벌이다 연행돼 경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물컵의 물을 경찰 얼굴에 끼얹은 홍모씨를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또 시위대를 제지하고 있던 경찰에게 캔커피통을 던지며 공무집행을 방해한 문모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바로 전날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 주재로 서울지방경찰청 등과 불법 집단행동 대책회의를 갖고 '경찰 상대 폭력 행사자는 무조건 구속'이라면서 공권력 도전 사범에 대한 강경 대응 원칙을 밝힌 것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홍씨는 엄연한 현행법 위반(형법상 일반교통방해,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경찰에 연행됐음에도 '불법 체포를 당했다'고 계속 주장하다 경찰을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경찰버스에 밧줄을 달고 끌어당기거나 흔들어 버스를 파손하고 경찰버스 위에 올라가 시위대를 선동한 무직자 이모씨(52)와 정육점 직원 김모씨(49),버스운전기사 김모씨(53) 등 5명을 집시법 위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지난 6월7일 종로경찰서장의 세 차례에 걸친 해산 요구에 불응하고 거리행진에 주도적으로 참가했을 뿐 아니라 일부는 술까지 마신 뒤 시위에 참가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경찰버스를 손괴한 혐의로 앞서 구속된 유모씨(24)나 술을 마신 상태로 쇠파이프를 휘둘러 구속 기소돼 재판 중인 이모씨(44) 등과 별로 다를 게 없는 사안이지만 검찰이 훨씬 관대한 처벌을 내린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경찰 피해 상황은 전ㆍ의경 부상자 372명(30명 중상),경찰버스 111대 파손,경찰장비 1512점 손상 등으로 불법 폭력시위로 이미 공권력은 철저하게 유린당하고 있다.
검찰의 이 같은 일관성 없는 대응 탓인지 광우병대책회의의 행동도 도를 넘어섰다. 오히려 최근 촛불시위는 소수 전문 시위꾼들에 의해 더욱 격렬해지고 있으며 광우병대책회의는 8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한에 맞춰 대규모 촛불시위를 기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영장이 발부된 광우병대책회의 주동자 8명은 한 달이 넘게 은신하면서 보란 듯이 공권력을 비웃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다각적인 체포영장 집행 방법을 강구해 신속히 체포하겠다"라는 입장만 거듭 밝히고 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