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개시 두 달이 지나도록 국회가 원구성조차 하지 못한 채 정국 주도권 다툼에 온 힘을 쏟고 있는 양상이니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다. 더구나 안으로는 10년 전 외환위기때보다 더 어렵다 할 정도로 경제난이 가중되는 상황이고 밖으로는 독도문제에 금강산 사건까지 겹쳐 외교적 위기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이다. 국회가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모르겠다는 국민들의 비판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개탄스런 상황이다. 과연 이런 국회에 국민 혈세(血稅)로 세비를 지급해야 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18대 국회는 시작부터 지각국회라는 비판을 받았다. 촛불시위에 밀려 개원도 못하다 43일 만에야 겨우 의장을 뽑았다. 개원 이후 두 달이 지나도록 한 일이라고는 사실상 그게 전부다. 미국 쇠고기 수입 문제와 관련된 특위를 구성한다,국정조사를 한다고 법석이더니 제대로 된 조사는커녕 증인ㆍ참고인 채택문제 등으로 시간만 허비해 왔다.

정부가 요청한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기한내에 열리기가 이미 틀렸다. 정부가 요청한 지 20일 이내에 개최토록 법에 규정돼 있으나 원구성도 못했으니 법정기한내 개최는 이미 물 건너간 셈이다. 감사원장 임명동의안 처리도 언제 될지 알수가 없다. 그나마 조만간 원구성이 된다면 다행이겠지만 지금 돌아가는 상황으로는 이마저도 기대하기 어렵다.

어디 그 뿐인가. 국민의 대표라고 선전하는 국회의원들이 가장 먼저 챙겨야 할 민생문제는 어떤가. 7월부터 시행키로 했던 '고유가 민생대책'은 안중에도 없다. 규제완화ㆍ서민지원책 등 현재 400건이 넘는 법안이 제출돼있고 이중 민생문제와 직결된 법안만도 50건에 달한다. 서민ㆍ중산층의 생활고를 언제까지 나몰라라 할 것인가. 이러고도 국민의 대표라고 계속 폼잡고 큰소리 칠 것인지 묻고 싶다.

더 이상 촛불시위의 연장선상에서 여야가 정략적(政略的) 힘겨루기에 매달릴 때가 아니다. '네 탓'이라는 목소리만 높아서도 안될 일이다. 쇠고기 광우병 걱정도 좋고,공기업 선진화 방안도 중요하지만 당리당략적 접근은 곤란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갈수록 핍박해져가는 민생문제의 해결이다. 더 이상 직무유기를 하면 안된다. 당장 원구성부터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