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정치 개혁 바람이 불고 있다. 선전시가 시장을 복수후보 중 선거로 뽑기로 한 데 이어 구이저우성 구이양시에서도 현의 당서기를 투표로 선출하는 등 정치실험이 한창이다. 정부 부정부패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시늉뿐인 실험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공산당 일당이 장기 집권하고 있는 중국으로선 어찌됐든 커다란 변화라는 지적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8일 중국 경제특구 1호로 개혁ㆍ개방의 출발점이었던 선전이 최근 시장을 복수후보 가운데 선출하고 시 간부들의 재산등록제를 도입하는 등 19건의 정치개혁안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1980년부터 복수후보제를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복수후보를 내세운 선거는 거의 실현된 적이 없다. 선전시는 복수후보 선거를 시의 법안에 명문화해 정치실험의 선봉에 섰다. 또한 사법부는 독립적인 재판권 행사를 할 수 있고,공산당 내 주요 자리도 당내 상임위를 통해 선출한다.

선전시가 정치 개혁에 앞장서는 것은 경제적으로 가장 번영한 지역으로 시민들의 의식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공직자 재산등록제를 실시한 것은 높은 시민의식을 반영한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는 지적했다.

구이저우성의 성도인 구이양시에서도 지난 14일 4개 현의 당서기를 뽑는 경선이 실시됐다. TV를 통해 생중계되는 가운데 실시된 경선에서 후보들은 기조연설을 한 뒤 평가위원과 인민대표대회 대표들이 던지는 질문에 답했다. 공산당 당서기 자리를 놓고 경선이 치러진 것은 처음이었다. 인민일보는 "당내 민주화의 중대한 진전"이라는 평가를 달았다. 올 들어서는 17곳의 촌(村)에서 촌장을 투표로 뽑고 있다.

이에 대해 베이징의 한 외교관은 "구이저우성에서 지난달 말 대규모 민중 폭동이 일어난 직후 구이양시 4개 현의 당서기 선출이라는 이벤트가 나타났다"며 "동기의 순수성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선전시의 정치실험 역시 빈부격차에 따른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데 대한 '공산당식 처방'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정치평론가인 자오다궁은 "정치실험이 단지 선전시 차원에서 추진된다면 기득권층의 조직적 저항을 막아내기 힘들 것"이라며 "지방 공산당 내 부패가 만연한 상황에서 당 간부들이 선거 결과에 승복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니혼게이자이는 이 같은 정치개혁은 공산당 지도에 따른다는 전제와 한계가 있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일당 독재의 중국에선 엄청난 실험이라고 평가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