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축구 본선 개막을 10여 일 앞두고 골 침묵에 빠진 박주영(23.서울)의 부활 여부가 박성화호의 마지막 고민거리로 남았다.

올림픽대표팀이 본격적으로 소집훈련을 시작한 것은 지난 7일.
최종엔트리 결정을 앞두고 26명의 태극전사들이 파주NFC(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 모여 치열한 생존 경쟁을 시작했다.

박성화 감독은 16일 과테말라(2-1승)와 평가전을 통해 옥석을 가린 뒤 최종엔트리 18명을 확정했고, 정예멤버로 대표팀 훈련에 나서 27일 코트디부아르와 평가전(2-1승)에선 한층 짜임새 있고 공격 지향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사상 첫 올림픽 메달 획득을 향한 순항에 나섰다.

그러나 팬들의 걱정스런 시선은 좀처럼 골 감각이 살아나지 않고 있는 박주영에게 쏠린다.

애석하게도 박주영은 올림픽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치른 공식경기에서 아직까지 단 한 골도 넣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올림픽 2차 예선 1차전 예멘전에서 '배치기' 반칙에 따른 퇴장으로 받은 징계와 부상이 겹치면서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이유가 가장 크다.

올해 1월 올림픽대표팀의 스페인 전지훈련 때 치러진 치러진 비공식 평가전에서 1골을 기록한 박주영은 2월 동아시아선수권대회 중국전에서 헤딩골과 프리킥골로 두 골을 뽑아내면서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K-리그 개막과 더불어 슬럼프에 빠진 박주영은 지난 4월 6일 마지막으로 골 맛을 본 이후 넉 달 가까이 '개점 휴업' 상태에 빠졌다.

더불어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축구 아시아지역 3차 예선에서는 페널티킥으로만 2골을 기록했고, 올림픽대표팀의 최종예선은 물론 최근 두 차례 평가전에서도 골이 없는 실정이다.

일찌감치 검증된 공격수라며 최종엔트리에 박주영을 낙점한 박성화 감독으로선 올림픽 본선 경기를 코 앞에 둔 상황에서 애간장이 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주영의 문제점은 자신감 결여로 집중된다.

27일 치러진 코트디부아르 평가전에서 전반 38분 단독 찬스를 맞이하고도 잠시 주저하다 슛을 날린 게 대표적인 경우다.

김순기 축구협회 기술위원은 "전반적인 움직임은 좋아졌지만 슛 타이밍이 한 발 늦다"고 지적했고, 다른 기술위원도 "자신감이 없어지면 순간적인 판단력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재빨리 슛을 하지 못한다면 옆에서 뛰어들던 이근호에게 패스하는 게 더 나은 상황이었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나 전반 19분 제대로 맞은 프리킥이 골키퍼 정면으로 향한 것과 후반 28분 때린 오른발 슛이 골키퍼의 기막힌 선방에 막혔던 것은 분명 박주영의 '부활 조짐'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성화 감독은 "골 문제를 자꾸 부각하면 오히려 선수가 심리적으로 더 위축될 수 있다"며 "반복훈련을 통해 교정하고 있다.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 슛을 하려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조만간 골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과연 박주영이 31일 호주와 평가전에서 속이 시원한 부활포를 쏘아 올려 코칭스태프와 팬들의 답답한 가슴을 시원스레 뚫어줄지 기대가 모아진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