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엄해 보이는 최고경영자(CEO)도 남몰래 눈물을 흘린다. 그것도 10명 중 9명 이상이나.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 21일부터 5일간 경영자 대상 인터넷 사이트인 'SERICEO(www.sericeo.org)'를 통해 CEO 327명에게 질문을 던졌다. CEO로 활동하면서 눈물을 흘려본 적이 있느냐고.전체 응답자의 94%에 해당하는 307명의 CEO들이 "그렇다"고 고백했다.

눈물을 흘린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됐다. 하나는 직원 가족 사업파트너 등 평소 가깝게 지내던 사람들로 인해 아픔을 겪었을 때.가장 많이 나온 대답(23.8%)은 "회사를 살리기 위해 함께 일해온 직원들을 부득이하게 떠나 보내야 할 때"였다. 매일 얼굴을 맞대던 직원들을 구조조정할 때 CEO의 마음도 미어졌다는 얘기다.

가정에서 느끼는 소외감도 CEO를 힘들게 하는 원인이었다. 전체의 19.7%에 달하는 CEO가 "사업에 열중하느라 가족들 사이에 어찌해볼 수 없는 틈이 생겼음을 알았을 때 눈물을 흘렸다"고 대답했다. "믿었던 사업파트너가 배신했을 때"(10.1%)도 CEO는 울었다.

이 같은 인간적인 아픔 외에 사업상 어려움을 겪을 때도 CEO는 남몰래 눈물을 흘린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응답자의 17.7%는 "회사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눈앞에 있었는데도 회사의 여력이 안 돼 어쩔 수 없이 투자계획을 접었을 때"라고 답했다. CEO들은 이 밖에 "오랫동안 공들여 준비한 프로젝트를 경쟁 회사에 빼앗겼을 때"(9.9%)와 "회사의 운명을 걸고 출시한 신상품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냉담할 때"(5.8%)도 눈물을 흘렸다고 대답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