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지역을 기반으로 한 지방은행 2군데가 영업정지됐다. 앞으로 1년이나 1년반 이내에 최대 150개의 지방은행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뉴욕타임스 보도가 점차 현실화되는 조짐이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금융위기와 관련, 각종 루머로 증시 변동성이 커지는 것을 막고 투자자도 보호하기 위해 공매도 금지대상 종목을 현행 19개 금융주에서 전 상장사로 확대할 방침이다.

미 재무부 산하 연방은행 감독기관인 통화감독청(OCC)은 지난 25일 네바다주 리노에 소재한 퍼스트내셔널뱅크오브네바다와 캘리포니아 뉴비치의 퍼스트헤리티지뱅크 등 2개 지방은행을 영업정지시켰다. 모기지 부실 증가로 손실이 커진 데다 자본 확충을 못해 자본이 거의 잠식상태에 있다는 판단에서다. 두 은행은 뮤추얼오브오마하뱅크로 인수돼 28일부터 영업을 재개한다.

이로써 올 들어 자본잠식 등으로 영업정지되거나 파산을 신청한 은행은 모두 7개로 늘었다. 이는 2004년부터 작년까지 4년 동안 문닫은 은행 6개를 넘어서는 것이다.

두 은행은 퍼스트내셔널뱅크홀딩스라는 지주회사에 소속된 은행으로 주택경기 활황 때 네바다주와 캘리포니아주의 부동산 대출 영업에 집중해왔다.

그러나 최근 모기지 관련 손실이 늘어나면서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뱅크오브네바다의 경우 지난 1분기에만 1억1400만달러의 대출 관련 손실을 입었으며 1억3800만달러의 적자를 냈다. 이 은행의 자산은 34억달러이며 25개 지점에서 30억달러의 예금을 갖고 있다. 헤리티지뱅크는 자산 2억5400만달러에 지점 3개를 가진 소규모 은행이다. 역시 모기지 부실이 누적되면서 지난 1분기에 19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최근 금융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진정될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2개 은행이 영업정지됨에 따라 투자자들의 불안이 다시 커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두 은행이 비록 비상장 지방은행이라 하더라도 상당수 은행들이 비슷한 처지에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크리스토퍼 콕스 SEC 위원장은 지난 24일 의회에 출석,시장의 불안감을 사전에 잠재우기 위해 국책 모기지회사인 패니매와 프레디맥 등 19개 대형 금융주를 대상으로 실시 중인 공매도 금지조치를 모든 상장사 주식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매도는 실제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팔고 나중에 값이 떨어지면 되사 갚는 것으로 증시 하락기에 낙폭을 크게 하는 효과가 있다.

SEC가 지난주부터 한 달간 19개 대형 금융사에 대한 공매도를 금지하면서 금융주의 변동성은 눈에 띄게 줄었고 이는 뉴욕 증시 상승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렇지만 최대 저축·대부(S&L) 조합인 워싱턴뮤추얼 등 공매도 금지대상에서 제외된 상당수 대형 금융사 주가는 여전히 큰폭의 등락을 거듭하면서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 차단하기 위해 공매도 금지대상을 확대키로 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공매도 제한은 시장의 가격 조정 기능을 손상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처럼 정부의 시장 개입이 잇따르면서 1980년대 초 도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부터 계속돼 온 미국의 규제완화 흐름이 시장 감시 감독 강화쪽으로 바뀌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5일 보도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