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vo! My life] '공연 마니아' 앙드레 김 "C열 1번~12번까지는 앙드레김 자리로 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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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교향악단의 연주회가 열린 지난 5일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사람들의 시선이 온통 한 사람에게 고정됐다.바로 ‘국민 디자이너’로 불리는 앙드레 김(73)이다.그는 주한 뉴질랜드·엘살바도르·모로코·레바논·파나마 대사를 포함해 25명의 지인들과 함께 공연장을 찾았다.범상치 않은 패션 스타일을 멀리서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기에,공연시작 전 맨 앞줄로 향하는 그의 모습은 자연스레 청중들의 시선을 무대 쪽으로 모아준다.그는 이날도 어김없이 무대 앞 한복판 맨앞 줄에 앉았다.때문에 공연장의 C열 1번부터 12번까지는 패션디자이너 ‘앙드레 김 자리’라는 말까지 생겨났다.입장권을 여러 장 구입해 지인들과 함께 공연을 감상하기 때문에 맨 앞줄은 늘 그의 차지다.
보통 무대 앞 첫줄 가운데 자리를 VIP석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다. 진정한 'VIP석'은 등장하는 인물들의 동선이나 무대 구성,연주곡의 웅장한 울림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3~4번째 줄이다. 하지만 앙드레 김은 늘 첫줄만 고집한다. 그는 "가장 좋은 자리는 아니지만 무대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공연자의 눈빛 몸짓 표정 하나하나까지 자세히 감상할 수 있어 첫줄에 앉는 걸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앙드레 김은 클래식.오페라.뮤지컬.콘서트 등 예술공연이 있는 곳이면 가리지 않고 찾아가는 '공연 마니아'다. 이런 공연들을 통해 다양한 것들을 얻는다. 예술공연은 창의적인 디자인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제공하며,유명 연예인이나 주한 대사 등 폭넓은 인맥을 가진 그에게 인맥 관리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가 늘 강조하는 '지성'과 '교양'도 이런 공연들을 통해 배운다.
앙드레 김은 단순히 '패션 디자이너'이기보다는 '종합 예술인'으로 불리길 원한다. 패션쇼 무대를 종합예술로 승화시키려는 게 궁극 목표이기 때문.그는 "최신 트렌드의 의상을 선보이기보다 음악과 모델들의 몸짓.표정까지 하나로 통합 조화시킨 새로운 무대예술을 개척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무대에는 일반적인 패션쇼와 달리 항상 톱클래스 배우들이 모델로 선다. 이들은 전문적인 패션모델과 달리 화려한 의상을 선보이며 동시에 한 편의 드라마를 연출한다. 특히 30여분의 쇼타임 동안 웅장한 클래식부터 전통 판소리,신비로운 아랍권 음악,정겨운 국내 가요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동원한다. 물론 이런 음악은 모두 그가 직접 선곡한다.
1962년 패션 디자이너로 출발한 이래 국내에서 100회,해외에서 40회가 넘는 패션쇼를 선보였다. 46년 패션 인생에서 각종 공연은 풍부한 디자인 감수성을 얻는 원천이었다. 그는 "훌륭하고 가슴 뭉클한 공연을 보면서 기뻐하는 순간 디자인 구상이 떠오른다"고 귀띔했다.
웅장한 음악과 함께 화려한 무대예술의 결정판인 오페라는 그가 가장 관심있게 지켜보는 분야다. 지금까지 본 오페라 공연들을 소개해 달라고 하자,'투란도트' '나비부인' '라보엠' '피가로의 결혼' '세빌리아의 이발사' '카르멘'… 등 세계적인 걸작들을 쉴새 없이 꼽았다. 그는 "이들 공연을 통해 나라별 문화와 역사를 담고 있는 의상을 감상하고 디자인 모티브로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공연 마니아답게 무엇보다 원작에 충실한 공연을 선호한다. 현대적 각색으로 원작의 매력을 충분히 구현해내지 못한 공연에 대해서는 혹평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는 "지난번 막을 올린 '아이다'나 '라 트라비아타'(춘희)는 예전부터 많이 봐온 작품이라 기대했는데 너무 현대화시켜 실망스러웠다"고 평가했다. 19세기 프랑스가 무대인 '춘희'의 경우 1940년대 히틀러 시대를 배경으로 연출한 점이 아쉬웠다고.반면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으로 런던 로열오페라단이 1986년 내한 공연한 '삼손과 데릴라'를 꼽았다. '오페라' 하면 무거운 느낌이 있는데 화려하고 영화처럼 스피디하게 펼치는 연출기법이 인상 깊었다고 소개했다.
뉴욕필.베를린필.빈필하모닉 등 세계 3대 교향악단부터 서울시향 등 국내 교향악단까지 클래식 음악 공연도 대부분 섭렵했다.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 가슴 뭉클함과 함께 행복감이 밀려온다는 게 좋아하는 이유다. 차이콥스키의 '비창',베토벤의 '운명'과 '로망스 2번 F장조'는 그가 특별히 좋아하는 곡들.그는 "주한 외교대사들 가운데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아 뛰어난 국내 공연이 있으면 한국의 높은 음악 수준을 소개할 수 있어 자랑스럽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우리나라는 교육열도 높은 만큼 문화적 수준도 세계적이지만 젊은층에 그만큼 사랑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파리 뉴욕 등 해외 공연장에 가보면 젊은이들이 많은데 국내에선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다.
고희를 넘긴 나이에도 지난달에는 네 번이나 패션쇼를 치러냈고 다음 달 25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는 발리 패션 위크의 전야제 무대도 장식할 예정이다. 바쁜 일정 속에서 이렇게 다양한 공연들을 일일이 챙기는 것은 불가능할 터.그래서 예술의 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 공연 담당자들이 좋은 공연계획들을 귀띔해 주기도 한다.
거의 반세기 동안 쉼없이 환상적인 패션쇼 무대를 선보이며 세계에 동양의 아름다움을 전파하고 있는 앙드레 김.공연은 그에게 풍부한 예술적 감수성을 키워준 든든한 배경이다. 다음 달 1일에는 오랫동안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가수 조영남의 40주년 콘서트가 열린다. 여기서도 맨 앞줄에서 변함없이 앙드레 김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보통 무대 앞 첫줄 가운데 자리를 VIP석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다. 진정한 'VIP석'은 등장하는 인물들의 동선이나 무대 구성,연주곡의 웅장한 울림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3~4번째 줄이다. 하지만 앙드레 김은 늘 첫줄만 고집한다. 그는 "가장 좋은 자리는 아니지만 무대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공연자의 눈빛 몸짓 표정 하나하나까지 자세히 감상할 수 있어 첫줄에 앉는 걸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앙드레 김은 클래식.오페라.뮤지컬.콘서트 등 예술공연이 있는 곳이면 가리지 않고 찾아가는 '공연 마니아'다. 이런 공연들을 통해 다양한 것들을 얻는다. 예술공연은 창의적인 디자인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제공하며,유명 연예인이나 주한 대사 등 폭넓은 인맥을 가진 그에게 인맥 관리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가 늘 강조하는 '지성'과 '교양'도 이런 공연들을 통해 배운다.
앙드레 김은 단순히 '패션 디자이너'이기보다는 '종합 예술인'으로 불리길 원한다. 패션쇼 무대를 종합예술로 승화시키려는 게 궁극 목표이기 때문.그는 "최신 트렌드의 의상을 선보이기보다 음악과 모델들의 몸짓.표정까지 하나로 통합 조화시킨 새로운 무대예술을 개척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무대에는 일반적인 패션쇼와 달리 항상 톱클래스 배우들이 모델로 선다. 이들은 전문적인 패션모델과 달리 화려한 의상을 선보이며 동시에 한 편의 드라마를 연출한다. 특히 30여분의 쇼타임 동안 웅장한 클래식부터 전통 판소리,신비로운 아랍권 음악,정겨운 국내 가요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동원한다. 물론 이런 음악은 모두 그가 직접 선곡한다.
1962년 패션 디자이너로 출발한 이래 국내에서 100회,해외에서 40회가 넘는 패션쇼를 선보였다. 46년 패션 인생에서 각종 공연은 풍부한 디자인 감수성을 얻는 원천이었다. 그는 "훌륭하고 가슴 뭉클한 공연을 보면서 기뻐하는 순간 디자인 구상이 떠오른다"고 귀띔했다.
웅장한 음악과 함께 화려한 무대예술의 결정판인 오페라는 그가 가장 관심있게 지켜보는 분야다. 지금까지 본 오페라 공연들을 소개해 달라고 하자,'투란도트' '나비부인' '라보엠' '피가로의 결혼' '세빌리아의 이발사' '카르멘'… 등 세계적인 걸작들을 쉴새 없이 꼽았다. 그는 "이들 공연을 통해 나라별 문화와 역사를 담고 있는 의상을 감상하고 디자인 모티브로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공연 마니아답게 무엇보다 원작에 충실한 공연을 선호한다. 현대적 각색으로 원작의 매력을 충분히 구현해내지 못한 공연에 대해서는 혹평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는 "지난번 막을 올린 '아이다'나 '라 트라비아타'(춘희)는 예전부터 많이 봐온 작품이라 기대했는데 너무 현대화시켜 실망스러웠다"고 평가했다. 19세기 프랑스가 무대인 '춘희'의 경우 1940년대 히틀러 시대를 배경으로 연출한 점이 아쉬웠다고.반면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으로 런던 로열오페라단이 1986년 내한 공연한 '삼손과 데릴라'를 꼽았다. '오페라' 하면 무거운 느낌이 있는데 화려하고 영화처럼 스피디하게 펼치는 연출기법이 인상 깊었다고 소개했다.
뉴욕필.베를린필.빈필하모닉 등 세계 3대 교향악단부터 서울시향 등 국내 교향악단까지 클래식 음악 공연도 대부분 섭렵했다.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 가슴 뭉클함과 함께 행복감이 밀려온다는 게 좋아하는 이유다. 차이콥스키의 '비창',베토벤의 '운명'과 '로망스 2번 F장조'는 그가 특별히 좋아하는 곡들.그는 "주한 외교대사들 가운데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아 뛰어난 국내 공연이 있으면 한국의 높은 음악 수준을 소개할 수 있어 자랑스럽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우리나라는 교육열도 높은 만큼 문화적 수준도 세계적이지만 젊은층에 그만큼 사랑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파리 뉴욕 등 해외 공연장에 가보면 젊은이들이 많은데 국내에선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다.
고희를 넘긴 나이에도 지난달에는 네 번이나 패션쇼를 치러냈고 다음 달 25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는 발리 패션 위크의 전야제 무대도 장식할 예정이다. 바쁜 일정 속에서 이렇게 다양한 공연들을 일일이 챙기는 것은 불가능할 터.그래서 예술의 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 공연 담당자들이 좋은 공연계획들을 귀띔해 주기도 한다.
거의 반세기 동안 쉼없이 환상적인 패션쇼 무대를 선보이며 세계에 동양의 아름다움을 전파하고 있는 앙드레 김.공연은 그에게 풍부한 예술적 감수성을 키워준 든든한 배경이다. 다음 달 1일에는 오랫동안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가수 조영남의 40주년 콘서트가 열린다. 여기서도 맨 앞줄에서 변함없이 앙드레 김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