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기업의 대표주자인 셀트리온의 서정진 회장이 정부와 대학 교수,창업투자회사,병원 등 바이오산업을 둘러싼 모든 주체들에게 '쓴소리'를 쏟아냈다.

24일 서울대 생명공학공동연구원 주관으로 중구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열린 '신성장동력 바이오산업 발전 전략' 포럼에서다.

'한국 생명공학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강연한 서 회장은 우선 정부의 방향성 없는 바이오산업 정책을 비판했다.

서 회장은 "세계 최대 바이오 시장인 미국에서조차 '바이오 클러스터(집적단지)'가 3개뿐인데 우리나라는 각 도(道)마다 바이오 클러스터를 만들고 있다"며 "한 군데라도 제대로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정부는 투자 유치를 위해 전국 곳곳에 경제자유특구(구역)를 설치했지만 실제 특구에 대한 혜택은 많지 않다"며 "셀트리온도 송도경제자유특구에 있지만 좋은 점이라곤 (이름이 특이한 덕분에) 주소 외우기가 쉽다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창업 전선에 뛰어든 교수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대학 교수들이 해야 할 본연의 임무는 신약 후보 물질들을 최대한 많이 발굴한 뒤 연구소나 제약사 등에 관련 물질을 싼값에 넘기는 방식으로 바이오 산업 저변을 넓히는 것"이라며 "하지만 상당수 교수들은 쓸 만한 후보 물질을 발굴하면 직접 회사를 차리곤 한다"고 비판했다.

일부 창업투자회사를 겨냥해선 "사채업자보다 더 한 곳도 있다"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서 회장은 "창투사는 투자대상 기업의 성공 확률을 진단한 뒤 자신의 책임 아래 투자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도 일부 업체는 여전히 (투자대상 회사에 원금보장을 요구하는) 이면계약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정부 대학교수 창업투자회사 병원 등 바이오 산업을 둘러싼 모든 주체들이 (각자 해야 할) 자기 자리로 돌아가지 않으면 한국은 영원히 바이오 강국이 될 기회를 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