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매도 공세가 멈추지 않고 있지만 23일 증시가 하루 만에 다시 강한 반등을 보이면서 추가 상승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며칠 전만 해도 바닥을 점칠 수 없다던 전문가들의 반응도 크게 바뀌고 있다. 지난 21일의 급반등이 낙폭 과대에 따른 기술적 반등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증시 전문가들은 이날 증시가 장중 내내 강세를 나타내자 고무되는 분위기다. 유가가 안정세로 돌아서고 미국발 신용위기가 다소 완화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외국인 매도 강도가 완화될 것이란 전망이 이어졌다. 기관 매수세가 살아나는 조짐이 감지된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1.96% 올라 1590선을 탈환했다. 장중 한때 1600선 턱 밑까지 치솟기도 했다. 외국인이 33일째 순매도를 이어가며 2814억원어치를 팔았지만 기관이 3811억원 순매수로 맞서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외국인 매도 공세를 이겨내고 지수가 강하게 반등하자 이달 들어 가파르게 하락하기 전 수준인 1680선까지는 넘볼 수 있다는 전망이 잇따랐다. 박건영 트러스톤자산운용 부사장은 "국내 기관의 주식 편입 비중이 80%대 후반이어서 최근 반등 국면에서 시장 수익률을 미처 따라잡지 못한 만큼 이제는 기관이 지갑을 열 것 같다"며 "뉴욕 증시가 소폭 조정을 받아도 기관이 주도해 1680선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임정석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도 "시장이 대외 악재 때문에 급락한 만큼 반등 역시 탄력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며 1670선을 반등 가능 수준으로 제시했다.

연이은 순매도로 외국인의 시가총액 비중은 증권선물거래소가 집계를 시작한 2001년 이후 처음으로 30%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가집계됐다. 이승우 신영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 규모나 주변 아시아 국가들의 사례에 비춰보면 외국인 적정 시총 비중은 27∼28% 수준으로 판단된다"며 "최근 외국인 매도를 적정 수준에 도달해 가는 막바지 단계로 이해한다면 외국인 매도에 과민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상당히 컸지만 정보기술(IT)업종에 대한 순매도가 66%에 달해 이를 제외하면 매도 강도가 완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지난 22일까지 외국인의 32일 연속 순매도 기간에 순매도 금액에서 IT가 차지하는 비중이 31.3%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가려고 많은 업종에 걸쳐 대량 매물을 쏟아내던 외국인의 매도 패턴에 변화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기금 등 기관의 매수세가 살아나는 징후도 포착되고 있다. 이선엽 연구원은 "기관이 22일부터 프로그램 매수를 제외하고 실질적인 매수로 돌아섰다"며 "이 같은 변화는 외국인의 매도 강도 완화와 맞물려 반등폭을 키우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물론 경기 위축에 대한 경제지표를 확인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여전하다.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미국 금융권 부실이 처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판단에 따라 긍정적인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지만 최근 약세장의 근본 원인은 소비 위축에 대한 우려"라며 "고유가와 신용 위기를 돌파해도 소비 감소에 따른 기업 실적 악화 우려가 넘어야 할 산"이라고 지적했다. 김 센터장은 "중국 등의 석유 수요가 쉽게 급감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유가 안정도 장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장경영/서정환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