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신랑' 노먼,사랑의힘으로…
'사랑의 힘'인가.

'새신랑' 그레그 노먼(53ㆍ호주)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골프대회인 브리티시오픈에서 이틀 연속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파란을 일으켰다.

노먼은 18일 오후(한국시간) 영국 사우스포트의 로열버크데일GC(파70)에서 열린 대회 2라운드에서 버디 3개,더블보기 1개,보기 1개로 첫날에 이어 이틀 연속 이븐파 70타를 쳤다. 합계 이븐파 140타로 전날 공동 4위에서 단독선두로 부상했다.

노먼은 첫홀에서 버디를 낚으며 상큼하게 출발했으나 499야드짜리 파4홀인 6번홀에서 더블보기를 범하며 흔들렸다. 그러나 7번홀(파3)과 8번홀(파4)에서 잇따라 버디를 솎아내며 분위기를 바꿨다. 이후 파행진을 거듭하다 17번홀(파5)에서 보기를 범했다.

2000년대 들어 골프보다는 사업가로 활약하고 있는 노먼의 선전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노먼은 25년간의 결혼생활을 접고 테니스 스타 출신의 크리스 에버트(53ㆍ미국)와 지난달 29일 재혼했다. 그녀의 응원을 등에 업고 나이를 잊은 플레이를 선보인 셈이다.

노먼은 1986년부터 총 331주 동안 세계 랭킹 1위를 달렸던 전설적인 인물이다. 2004년 8월 타이거 우즈에 의해 깨질 때까지 투어 사상 최장 기록이었다.

노먼은 1986년부터 1997년까지 PGA투어 20승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총 86승을 거뒀다. 그러나 메이저대회 우승 기록은 단 두 차례에 불과하다. 2승도 모두 브리티시오픈(1986,1993년)에서만 따냈다. US오픈 2위 두 차례,마스터스 2위 세 차례,PGA챔피언십 2위 두 차례 등 메이저대회에서 고약한 2위 징크스에 시달렸다.

이날 돋보인 선수는 커멜로 비제이구스(콜롬비아)로 '데일리 베스트'인 5언더파 65타를 몰아쳤다. 합계 1오버파 141타로 공동 2위에 올라 전날보다 무려 72계단이나 수직 상승했다. 1,2번홀 연속 보기를 4,5번홀 연속 버디로 만회한 비제이구스는 9번홀에서 버디를 낚았으나 13번홀에서 보기를 해 다시 이븐파가 됐다. 그러나 14번홀부터 18번홀까지 5개홀 연속 버디를 낚는 신기에 가까운 샷을 과시했다.

첫날 2오버파 72타를 쳐 최경주(37ㆍ나이키골프)와 함께 공동 15위에 올랐던 재미교포 앤서니 김(23ㆍ나이키골프)은 이날 버디는 1개에 그치고 더블보기 1개,보기 3개에 그치며 4오버파 74타를 기록해 합계 6오버파 146타로 공동 40위권으로 밀려났다.

첫날 1언더파 69타로 공동 선두에 나섰던 로코 미디에이트(미국)와 그래엄 맥도웰(북아일랜드),로버트 앨런비(호주) 등은 약속이라도 한 듯 나란히 3오버파 73타를 쳐 합계 2오버파 142타로 공동 5위에 포진했다.

브리티시오픈은 궂은 날씨에다 깊은 러프 등 까다로운 코스 셋업으로 오버파 우승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첫날 경기에 임한 154명의 선수 가운데 언더파를 친 사람은 3명에 불과했다. 세계랭킹 10위내의 내로라하는 우승후보들 가운데 무려 3명이 9∼10오버파를 치며 탈락위기에 빠졌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