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순매도 공세가 30일째 이어지며 증시 회복을 가로막고 있다. 신용위기로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린 외국인이 연일 매물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차거래를 통한 공매도까지 더해져 외국인은 연일 사상 최장 순매도 기록을 새로 작성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고유가 상황이 진정되는 것만으로는 외국인 매도 추세가 바뀌기 어렵다며 상당기간 외국인 매물이 증시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외국인은 1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1814억원을 순매도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이 연속 순매도를 시작한 지난달 9일부터 이날까지 순매도 금액은 8조2969억원으로 불어났다.

올해 초 21일 연속 매도 우위를 보이며 기록했던 사상 최대 연속 순매도 기록(8조6144억원)에도 바짝 다가섰다.
외국인 30일째 순매도… "무조건 팔아달라"에 시장 휘청
이 같은 외국인의 국내 증시 탈출 러시는 미국의 신용위기 탓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외국인 장기투자펀드와 헤지펀드들이 환매에 대비해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앞다퉈 매물을 내놓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외국계 증권사 지점 관계자는 "외국인은 종목을 따져 매도 주문을 내기보다 보유 종목의 비중을 일괄적으로 줄이는 매도 주문을 내는 경우가 많다"며 "'주식(위험자산)이라서 판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윤석 크레디트스위스 전무는 "그동안 미국과 영국계에 집중됐던 매도 주문 주체도 세계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어 모든 외국인 투자자들이 유동성 확보에 집중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외국인의 증시 이탈 현상은 이머징마켓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특히 한국이 집중 타깃이란 분석도 나왔다.

김성주 대우증권 연구원은 "올 들어 외국인은 시가총액 대비 2.8%의 금액을 순매도했는데 이는 대만과 인도의 비중(각 1%)에 비해 상당히 높다"며 "국내 증시가 이머징마켓 중에서 그나마 지수가 꿋꿋한 흐름을 보여 외국인의 순매도가 상대적으로 강하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매도세에는 대차거래에 의한 공매도도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선물거래소에서 공매도 현황을 집계해 발표하기 시작한 지난달 23일 이후 전날까지 공매도 규모는 3조8685억원에 이른다.

하루 평균 2036억원어치의 주식이 공매도된 셈이다. 이 중 90% 이상이 외국인 물량으로 추정된다.

외국인 순매도를 촉발시킨 신용위기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유동성 확보를 위한 외국인의 '팔자 행진'은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란 게 증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머징마켓에 투자하는 뮤추얼펀드에 지난해 11월까지 5년간 들어온 자금의 38%가 최근 7개월 동안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는 외국인 장기투자펀드들이 환매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주식 채권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동반 급락하면서 상당수 헤지펀드가 청산 압박을 받고 있다는 분석도 외국인 순매도 지속 전망을 뒷받침한다"고 강조했다.

신용위기가 한풀 꺾인다 하더라도 고유가에 따른 성장 둔화 우려가 또 다른 복병이란 지적이다.

장경영/김재후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