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삼성 재판'에서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는 등 큰 성과를 거둠에 따라 후속 경영쇄신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이건희 전 회장이 실형을 면하고 편법 경영권 승계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에버랜드 CB 저가 발행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아 큰 부담을 덜게 된 만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차원에서 4월22일 약속했던 경영쇄신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전 회장은 16일 결심 공판을 끝내고 나오면서 기자들에게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

앞으로 사회적·도의적 책임은 계속 지겠다”고 말했다.

이는 재판에서 에버랜드 CB 저가 발행, 삼성SDS 신주 인수권부 사채(BW) 저가발행 등과 관련해 무죄나 면소 판결을 받음으로써 법적 책임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음에도 사회적, 도의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전 회장의 변호인인 이완수 변호사도 "피고인들이 법적 책임 외 사회적 책임을 무겁게 느끼고 있다"며 피고들이 느끼는 사회적 책임은 "특검 때부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재계는 삼성이나 이 전회장이 사회적, 도덕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후속 경영쇄신책이나 사회공헌방안을 제시할 가능성에 주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우선적으로 고려해볼 수 있는 것이 삼성이 4월에 내놓은 10대 경영쇄신안 중 아직 실행하지 않은 ▲ 차명재산 처리 ▲ 사외이사제도 개선 ▲ 지배구조 및 순환출자 개선 등 3개 과제의 조기 실천이다.

이 전 회장은 차명재산과 관련해 세금, 벌금 등을 모두 납부한 뒤 남은 돈을 자신이나 가족을 위해 쓰지 않고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전 회장은 차명재산을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약속했으나 세금, 벌금 등이 확정되지 않아 이를 실행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번 재판에서 차명재산과 관련해 벌금이 정해짐에 따라 이를 실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이 전 회장의 차명재산은 주식, 예금, 채권 등 모두 4조1천9억원이다.

이중 삼성생명 주식을 제외한 2조2천254억원이 유익한 일에 쓸 수 있는 돈이다.

이 전회장은 이미 지난 5월30일 조세포탈액과 가산금 약 1천800억원을 납부했으며 이번에 차명재산에 대해 1천100억원의 벌금을 선고받았다.

이에 따라 이병철 선대회장으로부터 물려받아 차명으로 관리해온 재산에 대해 증여세만 납부하면 이 전 회장이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하는 차명재산의 규모가 확정되는 셈이다.

증여세 미납분은 약 5천억원으로 추정되고 있어 이 전 회장이 유익한 일에 쓸수 있는 돈은 1조4천억원 정도로 예상된다.

삼성 관계자는 "이 차명재산의 구체적인 용도는 이 전 회장의 의사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재판과정에서는 기회균등, 미래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사업에 써달라는 제안이 많았다"고 전했다.

삼성과 직무상 연관이 있는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지 않겠다고 한 사외이사제도 개선의 경우 사외이사 임기가 정해져 있어 내년 사외이사 신규 선임 및 재선임 때 적용할 수밖에 없는 만큼 내년 초에나 가시화될 전망이다.

경영쇄신안 중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지주회사 설립, 순환출자 해소 등 지배구조 개선은 장기 검토 과제여서 당장 실행될 가능성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이밖에 삼성이 내놓을 수 있는 추가 사회공헌방안은 경제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한 투자 및 고용 확대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삼성의 올해 투자 계획은 지난해보다 24% 늘어난 27조8천억원, 채용 계획은 대졸 7천500명을 포함해 모두 2만500명이다.

하반기 채용 계획은 다음달이나 9월 결정된다.

삼성 관계자는 "7월말과 8월초가 휴가철이어서 계열사 사장단이 대거 휴가를 갈 것을 예상되는 만큼 이 기간에 투자, 고용, 사회공헌 확대 계획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 전회장의 차명재산은 납부해야 할 세금 등이 확정되면 가능한 빠른 시일안에 용처가 정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현경숙 기자 k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