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과 진동이 거의 없으면서도 피부 깊숙이 수염을 깎아주는 전기면도기로 필립스와 브라운의 아성에 도전하겠습니다. "

전기면도기 국내 토종 1위 업체인 조아스전자의 오태준 대표(53)는 1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8월 중 내놓을 신제품은 피부 깊숙이 깎이지 않는 필립스 제품과 소음ㆍ진동이 큰 브라운 제품의 단점을 개선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오 대표는 "신제품은 면도날을 보호해 주는 그물망 두께가 필립스 제품(0.08㎜ 수준)보다 얇은 0.06㎜에 불과해 수염의 뿌리에 보다 가깝게 깎을 수 있다"며 "면도날이 좌우 왕복으로 작동해 소음과 진동이 큰 브라운 제품과는 달리 회전식을 적용,소음과 진동도 최소화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다 방수 급속충전 등 고급 전기면도기의 기능도 구비했다. 판매 가격은 필립스 브라운 제품과 같은 10만~30만원으로 책정했다.

오 대표는 "그간 6만원 이하 중저가 제품을 팔았던 우리 회사가 공룡기업과 정면승부하기 위해 가격대를 이같이 결정했다"며 "비록 브랜드 파워는 뒤지지만 품질면에서는 자신있다"고 말했다.

전기면도기를 자체 기술로 만드는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 필립스 브라운 파나소닉 등 몇곳 안된다. 이들 기업이 국내 시장(연간 120만~130만개 판매)을 대부분 점유하고 있는 가운데 조아스전자는 연간 25만개 이상을 판매한다.

오 대표는 공룡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로 한 우물만 파온 기술력을 꼽는다. 1982년 창업 당시 국내 전기면도기 시장에서는 필립스 등 외국 업체와 국내 중소기업 7~8개사가 경쟁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국내 중소기업들의 대다수는 문을 닫았다. 오 대표는 외환위기 때 받은 어음 20억원이 휴지조각이 되는 상황에서도 기술개발 만큼은 중단하지 않았다. 매년 3억~5억원가량 연구개발(R&D)에 투입한 끝에 150건 이상의 특허를 보유할 정도로 기술력을 쌓아 외국 제품의 품질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오 대표는 "전기면도기는 면도날과 그물망을 만드는 기술이 핵심"이라며 "모델에 따라 1800~2000개에 이르는 그물망의 구멍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뚫어야 수염이 뜯기지 않고 살이 베이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의 품질을 인정한 세계적인 미용용품 업체인 바비리스(2001년)와 콘에어(2002년)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구매해오다 2006년부터 아예 설계 디자인 등을 모두 맡기는 제조업자디자인생산(ODM) 방식으로 거래하고 있다.

특히 자체 브랜드 '조아스'(JOAS)로 러시아 동남아시아 유럽 등 25개국에 연간 150만개 이상 수출 중이다. 이 회사는 올해 수출 4000만달러를 포함,53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잡고 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