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스마트폰.중남미 뮤직폰 등 맞춤 공략
워크아웃 이후 29% 성장 … 올 상반기 매출 1조

'매출 1조원,휴대폰 판매량 500만대.'

지난해 4월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간 팬택계열이 올 상반기에 이룬 성과다. 지난해 상반기(매출 7781억원,휴대폰 판매량 375만대)에 비해 각각 29%,33% 성장했다. 지난달에는 창립 이래 처음으로 국내 시장에서 휴대폰 판매 40만대를 넘어서며 작년 4월 7%로까지 떨어졌던 점유율을 18%대로 높였다.

팬택이 기업개선작업에 돌입할 때만 해도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주변의 우려가 많았다. 휴대폰 하나로 연매출 3조원(2005년)을 돌파하고,1991년 창업 이후 2005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56%라는 '팬택 신화'도 물거품이 되는 듯했다. 팬택 관계자는 "당시 4600명에 달하던 직원을 3000여명으로 줄여야 하는 아픔도 있었다"고 말했다.

팬택은 다시 뛰었다. 박병엽 부회장을 중심으로 조직의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다. 판매나 매출액 목표치를 낮게잡는 대신 내실을 기하면서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내세웠다. 마케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전 세계 50여개국에 달했던 수출국을 미국 일본 중남미 등지로 집중했다.

지역별로 특화 전략도 다시 짰다. 스마트폰(모바일 인터넷 등이 가능한 휴대폰)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북미 시장에선 고급 스마트폰 '팬택 듀오'를 내놓아 현지인들의 입맛에 맞췄다. 이 제품은 휴대폰을 수직으로 열면 일반 숫자 키패드가 나오고,수평으로 열면 PC 자판과 배열이 같은 '쿼티(QWERTY) 키패드'가 나오는 2중 슬라이드형 휴대폰이다. 모바일 인터넷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고안한 것이다.

중남미에선 음악 문화가 발달한 특성을 고려해 뮤직폰으로 시장을 공략했다. 지난해 11월 멕시코에서 선보인 '팬택 C510'은 현지 인기 그룹 'RBD'의 최신곡과 뮤직 비디오 등을 담아 젊은이들 사이에서 'RBD폰'이란 애칭까지 얻었다. 일본 시장에선 깜찍한 디자인의 '팬택-au W61PT' 등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한 '팬택-au A1406PT'는 일본 시장에서 외산 휴대폰으로는 처음으로 100만대 이상 팔리기도 했다.

국내에선 사업자별 맞춤폰을 내놓으며 소품종 대량 판매 전략을 폈다. SK텔레콤 전용 'M폰',KTF 전용 '네온사인',LG텔레콤 전용 'IM-S340L(오즈폰)' 등이 팬택의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한 제품들이다. 팬택은 전체 구성원의 55% 이상이 연구.개발(R&D) 인력이라는 탄탄한 지지대도 갖고 있었다. 팬택이 보유한 국내외 특허만 3000건이 넘고,지난 5년간 쏟아부은 R&D 투자액은 1조원이 넘는다.

박병엽 부회장은 "우리는 여전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빠르게 체력을 회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우리의 가치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며 "자동차 시장에서 세계 1위는 도요타지만 소비자 가치에선 벤츠나 BMW도 최고의 기업이듯 팬택도 휴대폰 분야의 벤츠나 BMW와 같은 기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