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전 생각나도 분양가 낮춰야"...이광래 우미건설 회장, 천안서 분양가 파격 인하로 청약 100%
"요즘은 본전 생각 난다고 고분양가로 내놓아봐야 수요자에게 전혀 먹히지 않아요. 주택업계가 살아남으려면 이제 집 좋게 짓고 값을 낮추는 데 주력해야 합니다. "

25년간 주택사업을 해온 이광래 우미건설 회장(74)이 "앞으로 고분양가에 아파트를 분양하는 업체들은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미분양으로 신음하는 동종업계에 쓴소리를 했다. 이달 말로 예정된 우미건설의 동탄신도시 '우미린'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지난 11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우미건설 본사에서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였다.

평소 언론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이 회장은 '우미린 아파트'에 대해 직접 홍보도 하고 주택업계의 위기와 대응방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힐 겸해서 기자간담회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경기는 어려워지는데 수요자의 입맛은 더 까다로워지고 있다"며 "우미건설 역시 살아남기 위해 분양가 인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우미건설은 지난달 충남 천안에서 '청수 우미린'을 분양하면서 분양가를 천안시가 승인한 3.3㎡당 935만원보다 100만원 가량 낮은 838만원으로 책정했다. 청수 우미린은 미분양 물량으로 넘치는 지방임에도 불구하고 순위 내 청약과 4순위 청약을 통해 100% 청약률을 기록했다.

이 회장은 "회사로서는 분양가 인하로 적자를 봤지만 기존 가격을 고집했다면 미분양으로 더 큰 손해를 입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우미건설은 천안 택지를 낙찰받을 때 매입한 국민주택채권 1303억원에 대한 처분손실액 481억원을 분양가에 반영하지 않아 청수 우미린을 분양하면서 400여억원을 손해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동탄신도시 '우미린'의 경우도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일부러 이윤을 줄이면서 고급스럽게 지었다"고 설명했다.

육군3사관학교를 나와 경리장교로 있던 이 회장은 17년간의 군생활을 접고 1974년 인쇄회로기판(PCB) 사업을 시작했으나 투자자금만 날렸다. 다른 사업에 기웃거리다 월남전 참전 당시 모았던 돈으로 사놓았던 송파구 잠실의 땅값이 1980년대 초 급등하면서 주택사업에 뛰어들게 됐다. 1983년 우미건설의 전신인 동광주택을 설립,광주광역시에서 사업을 하다 서울로 영역을 넓혔다.

이 회장은 1998년 외환위기 때 회사가 경영위기에 내몰리자 불교신자가 아닌데도 '부처님과 담판을 짓기 위해' 무작정 전라도의 한 절로 들어갔다고 한다. 그는 "100일 동안 절에 머물면서 부처님과 눈빛이 마주치며 몸에 전율을 느끼는 경험을 했다"며 "정성이 통했는지 이후 사업이 다시 본궤도에 올랐다"고 회고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7400억원이었던 회사 매출을 2010년까지 1조원으로 끌어올려 우미건설을 10위권(현재 30위권) 주택업체로 도약시킨다는 목표다. 2남1녀 가운데 맏아들인 이석준씨(44)를 회사 대표이사 사장으로 둔 그는 "정신이 맑을 때 아들에게 경영권을 넘겨줄 것"이라고 밝혔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