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 금융사의 초청으로 금융자산만 30억원 이상 갖고 있는 슈퍼 리치(super rich)들을 대상으로 강의할 기회가 있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강의보다는 그들이 갖고 있는 올 여름휴가 이후 투자전략을 알 수 있는 좋은 자리였다.

무엇보다 슈퍼 리치들은 대내외 경기 흐름을 읽는데 주력하고 있는 점은 지난주에 살펴본 세계적인 슈퍼 리치들과 비슷했다.

어려울 때일수록 재테크의 기본에 충실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올 하반기 이후에도 세계경기와 우리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일이 걸리지 않겠느냐고 예상하고 있다. 개별 국가별로는 선진권보다 개도국이,개도국 중에서는 중남미와 중앙아시아가 상대적으로 유망할 것으로 보고 있는 점은 전문적인 예측기관들의 시각과 동일했다.

자산시장은 부동산보다 증시에 여전히 기대를 걸고 있는 점은 최근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하지만 주가는 변동성이 커져 개인들이 직접 투자해 이익을 내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는 점은 눈길을 끌었다. 이 같은 시각은 개인들이 주식을 직접 매입하는 것보다 재테크 집사와 상의하거나 펀드와 같은 간접투자에 비중을 두겠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농산물 등 원자재 펀드에 대해서는 여전히 관심이 높았다. 올 상반기에는 다른 재테크 수단에 비해 실적이 좋았던 데다 여름 휴가철 이후에도 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해 투자가치가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작년 여름철에 후끈 달아 올랐던 예술품,골동품에 대한 관심은 올 여름철에는 크게 낮아졌다.

부동산에 대한 애착은 여전히 높았으나 실제로 투자하는 것에 대해서는 보수적이었다. 이제는 투자원금이 워낙 커진 데다 현 정부 들어서도 아직까지 각종 제도와 세제상에 큰 변화가 없어 손에 들어오는 실효수익률이 다른 재테크 수단에 비해 떨어졌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실수요는 몰라도 수익 그 자체만을 위해서는 부동산 투자를 자제하겠다는 것이 지금이나 여름 휴가철 이후에도 비슷한 생각이다.

또 올 휴가철 이후에는 시장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해 채권과 채권형 상품에 대해서는 종전과 마찬가지로 관심이 적었다.

슈퍼 리치들이 올 여름 휴가철에 읽어 보겠다는 책을 보면 최근 재테크 시장에 대한 인식과 앞으로의 투자 방향을 간접적으로 읽을 수 있다. 올 여름 휴가철에 읽어보겠다는 책으로 마이크로트렌드(마크 펜),미래를 읽는 기술(에릭 갈랜드) 등과 같은 미래의 트렌드나 경기를 읽는 책이나 씽크 이노베이션(노나카 이쿠지로),빅 씽크 전략(번트 H.슈미트) 등과 같은 마인드 컨트롤 책이 많았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선진국 슈퍼 리치들에 비해서는 부동산에 갇히고 돈을 이타심보다는 이기심에서 움켜지는 소위 '졸부형' 슈퍼 리치들이 여전히 많은 점이다. 인생에 행복을 가져다주고 세상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진정한 의미의 슈퍼 리치가 되기 위해서는 부동산에 갇히기보다는 열리고 남을 배려하는 가운데 돈을 버는 부자들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상춘 객원 논설위원 겸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부소장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