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강의를 다니다 보면 서로 다른 고민을 가진 여러 개인투자자들을 만나게 된다. 특히 최근처럼 시장이 좋지 않을 때 투자자들의 고민은 크게 갈라진다.

최근 만난 대표적인 펀드 투자자 두 명의 경우를 보자.한 명은 아파트 중도금을 넣을 돈으로 펀드에 투자했다. 투자 시기는 공교롭게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한 지난해 10월이었다. 이 투자자가 필자에게 물어 온 질문의 내용은 지금이라도 환매를 해서 아파트 중도금을 넣어야 하는지,아니면 대출을 받아서 중도금을 넣고 오를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지의 문제였다. 다른 투자자도 같은 시기에 투자해서 손실을 보고 있었다. 교직에서 정년퇴임한 지 얼마 안 되는 분이었다. 이 분은 퇴직금을 절반으로 나누어 50%는 예금 등 원금이 보장되는 저축되는 상품에 투자했고 나머지 50%는 국내 주식형과 중국펀드에 나눠 투자했다.

이 두 명의 투자자들은 모두 손실을 보고 있었지만 심적 상태는 천양지차였다. 앞의 투자자는 시기를 저울질하는 데 고민이 집중되어 있었고 뒤의 투자자는 절반은 포기의 심정으로 또 절반은 기대감을 갖고 기다리겠다는 입장이었다. 왜 이 두 명의 투자자들은 이렇듯 다른 마음의 상태를 보이는 것일까. 바로 간단한 원칙의 차이 때문이다.

먼저 단기간에 용도가 정해진 돈으로 펀드 투자를 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그것이 금액이 큰 아파트 중도금 등이라면 더더욱 맞지 않다. 오히려 이런 상황이었다면 중도금은 납입 시기를 맞춰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의 저축상품이나 CMA(어음관리계좌)를 이용하고 매월 일정액을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것이 올바른 전략이었다. 모든 투자가 그렇듯이 펀드 투자에 있어서도 반드시 투자 시기와 사용처를 먼저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자산 배분은 하락장에서 위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이다. 자산 배분의 첫 시작은 저축상품과 주식형 펀드와 같은 투자 상품의 비중을 결정하는 것이다. 시장이 좋을 때는 이렇게 자산 배분을 해 놓은 것이 오히려 주식형 펀드에 몰빵한 투자자보다 수익률이 나쁠 수 있다. 그러나 시장이 나빠지면 사정은 달라진다. 저축과 투자 상품에 나눠 투자한 이들은 보다 인내심을 갖고 시장이 오르기를 기다릴 수 있다. 왜냐하면 저축 부문에서 발생하는 이자로 주식 투자의 손실을 상쇄하고,또 급전이 필요하면 원금이 보장되는 저축상품을 통해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치명적 위기 상황에 내몰리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 다시 회복의 시기에 달콤한 열매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원칙없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지 않으면 설사 달콤한 열매가 눈앞에 있더라도 바로 그 직전에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 현대적 증권 분석 방법론을 정립한 벤자민 그레이엄은 이렇게 말했다. "원칙에 시효가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원칙이 아니다. "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이사 sglee@miraeass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