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로 지급할까 카드로 결제할까. 아니면 여행자 수표를 써 볼까. '

해외여행 때마다 현지에서 무엇으로 결제하느냐는 것이 항상 고민거리다. 과소비를 안 하려면 외화로 바꿔가는 게 좋을 것 같고,편의성 면에서는 카드가 나은 듯하다가도 보안성을 생각하면 여행자 수표가 으뜸일 것 같아서다.

모두 일장일단이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는 경제성인 것 같다. 같은 물건을 사더라도 무엇으로 결제하느냐에 따라 실제 들어가는 비용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여행자 수표가 고객에게 가장 유리하다. 여행자 수표를 살 때의 환율은 원화를 외화로 환전할 때의 환율보다 낮기 때문이다.

가령 국민은행에서 달러화 여행자 수표를 사면 달러당 1010.98원(10일 기준)을 주면 되지만 직접 달러화로 바꿀 때는 이보다 높은 1015.48원의 환율을 적용받게 된다. 환율 우대 대상자라면 여행자 수표를 살 때도 외화 현금을 살 때와 똑같이 우대받는다. 여행자 수표는 미국 달러화,유로화,엔화,파운드화 등으로 표시돼 있으며 시중 은행에서 살 수 있다.

외국에서 카드로 결제했을 때는 해외로 송금할 때의 환율인 전신환 매도율이 적용된다. 전신환 매도율은 외화를 살 때의 환율인 현찰 매도율보다 낮다. 하지만 카드로 결제했을 때는 결제액의 1.5%가량 수수료가 붙어 현금으로 결제했을 때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든다.

여행자 수표의 장점은 또 있다. 현지에서 도난당하거나 잃어버렸을 때 재발급받을 수 있다. 반면 현금은 잃어버리면 찾을 방법이 없고 카드도 분실했을 때 분실 신고는 할 수 있어도 재발급받기가 무척 까다롭다. 이와 함께 여행자 수표 발행사(일반적으로 아멕스)의 해외 환전소에서는 별도 수수료 없이 현지 통화로 교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행자 수표도 단점이 있다. 해외 호텔이나 면세점,대형 백화점 등에서는 여행자 수표를 사용할 수 있지만 슈퍼마켓 같은 작은 상점에서는 여행자 수표를 받지 않는다. 반면 카드나 현금은 거의 대부분 상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카드사들이 신용카드뿐 아니라 해외에서 쓸 수 있는 선불카드를 내놓고 있다. 우리은행이 내놓은 '우리 여행자 카드'는 여행자 수표에 외화송금 기능까지 갖춰 현금을 갖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 또 전 세계 210개국,120만대의 현금인출기(ATM)에서 현지 화폐를 빼서 쓸 수 있다.

삼성카드도 전 세계 신용카드 가맹점 어디에서나 쓸 수 있는 '삼성 글로벌 기프트 카드'를 내놓았다. 이 카드는 정액 한도로 분실시 부담이 적으며,분실시에는 남은 잔액한도 내에서 재발급받을 수 있다. 결제 시점의 환율에 따라 자동으로 카드 액면에서 공제된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