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의 307SW(스포츠왜건) HDi는 참 쓸모가 많다. 우선 작은 차체임에도 5명이나 탈 수 있다. 2열 좌석 3개는 각각 독립식으로 설치됐다. 간단하게 접을 수 있고,탈착하면 2㎡의 넓은 공간에 짐을 실을 수 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307 해치백 모델보다 10㎝ 이상 길어진 휠베이스(축거) 덕분이다. 차체만 4.43m에 달한다.

307SW HDi를 몰고 고속도로에 올랐다. 가속 페달을 힘껏 밟으니 조금도 주저함이 없이 앞으로 치고 나갔다. 경쾌한 느낌이 들었다. 엔진 배기량은 2000㏄.최대 토크가 32.6㎏.m인데,2000rpm의 낮은 엔진회전 영역에서 힘을 발휘하는 게 다른 차와 다른 점이다. 그만큼 가속성능이 뛰어나다는 뜻이다. 최고 출력은 138마력.기대보다 훨씬 더 역동적인 운전이 가능했다. 6단 팁트로닉 자동변속기가 장착돼 주행감이 부드러웠다.

307SW HDi를 밤에 운전하니 더욱 운치가 있었다. 윈드스크린에서 루프로 길게 이어지는 1.4㎡의 파노라믹 글라스루프 덕분이다. 오픈카 처럼 지붕 자체가 열리는 것은 아니지만 버튼을 한 번만 누르면 넓은 지붕 뚜껑을 자유롭게 열거나 닫을 수 있다.

눈에 쉽게 띄지 않는 편의장치도 적지 않다. 비가 내릴 때 후진 기어를 넣으면 뒷유리 와이퍼가 자동으로 작동한다. 보시 멀티플렉싱 기술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차량 속도에 맞춰 스테레오 볼륨이 자동으로 조절된다. 속도를 줄이면 볼륨이 자연스레 낮아지는 식이다.

연비는 ℓ당 14.4㎞(자동변속기 기준)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국내 판매가격은 3630만원(부가세 포함).수입차 가운데 중저가라 할 만하다. 출퇴근할 때와 주말 가족 나들이 때,레저 스포츠를 즐길 때 등 어느 때라도 안성맞춤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전천후 차량이란 생각이 들었다.

다만 경유차량 특유의 덜덜거리는 소음을 줄이는 데는 실패한 것 같다. 고속 주행 때 가볍고 경쾌한 느낌을 줬지만,이 때문에 코너링할 때 불안했다. 또 계기판 최고속도가 240㎞인데도,180㎞ 이상 속도를 내기가 어려웠던 것도 아쉬운 점으로 꼽혔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