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환경연구단체 "제품 85% 해롭거나 효능 떨어져"
국내업계 "식약청 인정…자외선 차단기준도 엄격"


미국에서 시판 중인 자외선 차단제(선스크린 또는 선블록)의 85%가 효과가 미흡하거나 몸에 해로운 물질이 함유돼 있다는 미국 환경연구단체 주장에 대해 국내에서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거론된 제품 중 상당수가 국내에서도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국산 및 수입 화장품업체들은 "미국에선 등록만 하면 제품 출시가 가능한 반면 국내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인정'을 받아 '자외선 차단 기능성 제품'으로 표기해 판매하므로 상황이 다르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미국 환경연구단체 환경실무그룹(EWG:Environmental Working Group)은 지난 3일 '자외선 차단제'란 보고서를 통해 현지에서 시판되고 있는 952개 자외선 차단제를 조사한 결과 809개가 효과가 약하거나 위해물질이 들어있다고 발표했다.

EWG는 추천(recommended) 143개,경고(caution) 314개,피해야 할 제품(avoid) 495개 등으로 구분했는데 피해야 할 제품 리스트에는 랑콤 20여개,엘리자베스아덴 10여개,비오템 6개,클라란스 4개가 포함됐다.

특히 국내에서도 판매되고 있는 뉴트로지나,바나나보트 등의 자외선 차단제는 '가장 효과가 없는 제품'으로 지목됐다.

대다수 브랜드가 국내에서도 판매되고 있는 유명 제품들이라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파장이 불거지고 있다.

대다수 제품이 피부노화와 피부암 등을 일으키는 UVA(자외선A)를 차단하지 못한다는 EWG 지적에 대해,한 수입 화장품업체 관계자는 "미국은 공식 UVA 차단지수가 없지만 한국은 'PA'지수를 도입해 관리하고 있다"며 "국내 제품은 EWG의 지적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또 보고서에서 자외선 차단효과에 문제가 제기된 제품들은 모두 UVB(자외선B.피부를 태우는 자외선) 차단지수인 'SPF'가 20 미만인 것이지만,국내에선 대개 SPF 30 이상 제품이 유통된다고 덧붙였다.

랑콤,비오템 등 7개 브랜드가 문제 제품으로 거론된 로레알의 한 관계자는 "같은 이름의 상품이라도 나라별로 피부 유형에 따라 들어가는 성분이 달라질 수 있다"며 "거론된 제품이 같은 제품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EWG가 구체적인 실험을 통해 검증한 게 아니라 자체 기준에 따라 평가를 내려 소비자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EWG가 '위해물질'로 분류한 내용에 대해 식약청은 위해성이 확인되지 않은 것들이라고 지적했다.

식약청 관계자는 "대표적 위해물질로 거론된 옥시벤존은 일부 알레르기 유발 논란이 있지만 여러 연구에서 위해성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에서 '하루종일 자외선 보호' 등 근거 없는 광고문구가 많다고 지적된 것처럼 국내 제품도 공식 검증을 받진 않고 있어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식약청 관계자는 "식약청은 제품에 표기된 자외선 차단지수만큼 효과가 있는지,성분이 들어있는지 검증하는 것이지 자외선 차단효과가 강한지 약한지를 판단해 주는 건 아니다"며 "처음 출시될 때만 '인정'을 받기 때문에 이후의 제품에 대해선 보장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