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통계의 함정에 빠진 미국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흔히 '저녁 파티장에선 종교와 정치 얘기를 하면 안 된다'고들 한다.
하지만 요즘은 경제 이야기가 파티의 흥을 깨는 새로운 주제로 등장하고 있다.
사방에서 미국 경제가 어렵다는 우울한 메시지들만 떠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과 공화당은 경제를 대통령 선거의 최대 쟁점으로 꼽으며 날카로운 논쟁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은 최근 국제 유가와 식량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운데 소비자신뢰지수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노동시장은 갈수록 침체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공화당과 현 행정부를 압박한다.
공화당도 이에 질세라 지난 5월 미국 소매판매 및 소비자지출 증가 등의 통계자료를 들어 미 경제상황이 아직 어둡지만은 않다고 맞선다.
과연 이 두 정당 중 어느 쪽의 말이 합당한 걸까.
답은 '둘 다 맞고, 또 둘 다 틀렸다'다.
우리가 현재 사용 중인 국내총생산(GDP)과 실업률,물가상승률 등 각종 통계자료는 과거 20세기 초 각국 정부들이 경제정책을 시행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개발된 거시 경제지표다.
이 지표들은 개별 국가를 하나의 거대한 경제주체로 보고 그 나라 국민의 경제활동 결과를 평균잡아 산출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GDP가 연 4만달러라고 해서 3억여명의 미국 국민들이 모두 1년에 4만달러를 버는 것은 아니란 뜻이다.
바로 이 때문에 거시 경제지표들만 놓고선 한 나라의 경제 상황에 대해 쉽게 단정지을 수 없다.
특히 요즘과 같이 세계 각국의 경제계층 세분화가 두드러지는 와중에선 더욱 거시 경제지표의 한계가 커지게 된다.
우선 미국의 빈부 격차를 살펴보자. 미국의 소득 상위 20%가 벌어들이는 연간 소득이 하위 60%의 소득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많다.
미국의 400대 백만장자들은 한 해 1조달러가 넘는 돈을 벌어들인다.
고소득자들에게 식량과 석유가격 걱정은 남의 이야기일 뿐이지만 저소득층에겐 먹고살기 위해서 심각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로 인해 미국 소비자들의 지갑이 매우 얇아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한 대에 수백달러를 호가하는 애플의 아이폰과 RIM의 블랙베리폰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다.
아이폰의 경우 지난해 대당 499달러란 가격에도 불구하고 1000만대 넘게 판매됐다.
미국이라는 한 국가만을 경제활동의 테두리로 삼는 것도 이젠 옛 이야기일 뿐이다.
지난해 S&P500지수에 편입된 미국 기업들의 순이익 절반이 해외시장으로부터 나왔다.
하지만 해외에서 벌어들인 순이익은 미국에서 창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주요 경제지표 산출시 제외된다.
미국의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우선 거시 통계의 환상에서 벗어나는 게 급선무다.
각 경제계층의 상황에 미시적으로 접근해 실제에 맞는 새로운 경제정책을 입안해야 한다.
그런 미시적 접근이 처음엔 덜 체계적이라고 느껴져도 경제 회복엔 훨씬 더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정리=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이 글은 미국의 정치 및 경제트렌드 연구소인 리버 트와이스 리서치의 재커리 캐러벨 대표가 "There is No 'The Economy'"란 제목으로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경제 이야기가 파티의 흥을 깨는 새로운 주제로 등장하고 있다.
사방에서 미국 경제가 어렵다는 우울한 메시지들만 떠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과 공화당은 경제를 대통령 선거의 최대 쟁점으로 꼽으며 날카로운 논쟁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은 최근 국제 유가와 식량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운데 소비자신뢰지수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노동시장은 갈수록 침체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공화당과 현 행정부를 압박한다.
공화당도 이에 질세라 지난 5월 미국 소매판매 및 소비자지출 증가 등의 통계자료를 들어 미 경제상황이 아직 어둡지만은 않다고 맞선다.
과연 이 두 정당 중 어느 쪽의 말이 합당한 걸까.
답은 '둘 다 맞고, 또 둘 다 틀렸다'다.
우리가 현재 사용 중인 국내총생산(GDP)과 실업률,물가상승률 등 각종 통계자료는 과거 20세기 초 각국 정부들이 경제정책을 시행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개발된 거시 경제지표다.
이 지표들은 개별 국가를 하나의 거대한 경제주체로 보고 그 나라 국민의 경제활동 결과를 평균잡아 산출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GDP가 연 4만달러라고 해서 3억여명의 미국 국민들이 모두 1년에 4만달러를 버는 것은 아니란 뜻이다.
바로 이 때문에 거시 경제지표들만 놓고선 한 나라의 경제 상황에 대해 쉽게 단정지을 수 없다.
특히 요즘과 같이 세계 각국의 경제계층 세분화가 두드러지는 와중에선 더욱 거시 경제지표의 한계가 커지게 된다.
우선 미국의 빈부 격차를 살펴보자. 미국의 소득 상위 20%가 벌어들이는 연간 소득이 하위 60%의 소득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많다.
미국의 400대 백만장자들은 한 해 1조달러가 넘는 돈을 벌어들인다.
고소득자들에게 식량과 석유가격 걱정은 남의 이야기일 뿐이지만 저소득층에겐 먹고살기 위해서 심각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로 인해 미국 소비자들의 지갑이 매우 얇아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한 대에 수백달러를 호가하는 애플의 아이폰과 RIM의 블랙베리폰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다.
아이폰의 경우 지난해 대당 499달러란 가격에도 불구하고 1000만대 넘게 판매됐다.
미국이라는 한 국가만을 경제활동의 테두리로 삼는 것도 이젠 옛 이야기일 뿐이다.
지난해 S&P500지수에 편입된 미국 기업들의 순이익 절반이 해외시장으로부터 나왔다.
하지만 해외에서 벌어들인 순이익은 미국에서 창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주요 경제지표 산출시 제외된다.
미국의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우선 거시 통계의 환상에서 벗어나는 게 급선무다.
각 경제계층의 상황에 미시적으로 접근해 실제에 맞는 새로운 경제정책을 입안해야 한다.
그런 미시적 접근이 처음엔 덜 체계적이라고 느껴져도 경제 회복엔 훨씬 더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정리=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이 글은 미국의 정치 및 경제트렌드 연구소인 리버 트와이스 리서치의 재커리 캐러벨 대표가 "There is No 'The Economy'"란 제목으로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