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유가 170弗 넘으면 민간도 강제절약 조치
정부가 고유가 위기관리계획(Contingency Plan) 1단계 조치를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시행키로 한 데는 현재 유가가 사실상 '3차 오일쇼크' 수준에 진입했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특히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 가격이 지난 4일 배럴당 140.70달러까지 치솟자 정부는 당초 150달러로 잡안던 위기관리계획 1단계 시행 시기를 앞당겨 발표했다.

정부는 일단 공공부문에서 승용차 홀짝제 등 강제적인 에너지 절약조치를 시행하되 민간부문엔 자율적인 동참을 권장키로 했다.

하지만 "유가가 170달러까지 오르고 중대한 수급 차질이 우려되면 민간부문에서도 강제 조치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 중"(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정부, 유가 170弗 넘으면 민간도 강제절약 조치
◆1단계 조치 왜 앞당겼나

정부는 당초 두바이유 현물가격이 배럴당 150달러,170달러가 될 때에 맞춰 두 단계의 비상조치를 취하기로 했었다.

유가 단계별로 수급 여건을 감안한 4가지 시나리오도 마련했다.

1단계 조치의 기준을 150달러로 잡은 것은 2차 석유위기 시 유가(1980년 평균 배럴당 36달러)를 물가상승률 및 석유의존도 등을 반영해 환산한 현재의 실질실효유가가 152달러 수준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4일 종가 기준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40.70달러.1단계 조치 기준가격보다는 9.3달러 낮은 수준이지만 "지난 한 주 만에 9.3%나 급등한 만큼 9.3달러의 차이는 무의미한 수치"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국내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공공부문이 자치하는 비중은 3.7%에 불과해 이번 1단계 조치의 효과는 크지 않다.

그런데도 정부가 공공부문이 취할 수 있는 모든 에너지 절약조치를 앞당겨 시행키로 한 것은 이 같은 절약 운동이 민간으로 확산돼 고유가 충격이 조금이나마 완충되길 기대해서다.

한승수 국무총리도 "정부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기업과 가정은 물론 온 국민이 내 일처럼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수급 차질 땐 배급도 검토

이날 발표된 1단계 비상조치의 핵심은 중앙정부 지자체 교육청 등 819개 공공기관의 승용차 홀짝제,공공시설물의 경관조명 사용 금지,일반도로 및 고속도로의 심야시간대 가로등 격등제 등을 시행토록 한 것이다.

민간부문에 대해서는 자율적 에너지 절약을 권고하고 서울시만 시행하고 있는 승용차 요일제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것을 권장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 같은 1단계 조치는 수급 차질이 없을 경우 시행될 대책에 불과하다.

정부는 이미 최악의 상황을 상정,2단계 대책에 대한 검토까지 마쳤다.

정부는 유가가 170달러에 이를 경우 민간 영역도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강제적 에너지 절약 조치를 시행할 방침이다.

물론 휘발유 경유 LPG 등에 대한 유류세 인하,중소기업 자금 지원 등 추가적인 민생안정 대책도 강구된다.

여기에 수급 차질과 같은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비축유 방출과 전력 제한 송전,석유 배급제 등 고강도 대책도 검토키로 했다.

강만수 장관은 다만 "수급 차질에 대비해 현재 비축물량(139일분)을 활용한다든지 옛날식으로 공급을 제한하는 조치도 준비했지만 수급 차질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수급문제가 핵심이던 과거 오일쇼크와 달리 최근의 유가 상승은 꾸준한 수요 증가 때문이라는 게 현 시점의 정부 판단이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