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탕쿠르 6년만에 '기적의 생환'
"신이시여,이건 기적입니다."

콜롬비아 좌익 게릴라조직에 6년간 인질로 잡혀 있던 잉그리드 베탕쿠르 전 콜롬비아 대통령 후보(46)가 2일(현지시간) 극적으로 구출됐다.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국방장관은 이날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에 인질로 잡혀 있던 베탕쿠르와 미국인 3명,군인과 경찰 등 총 15명이 콜롬비아 남부지역에서 정부군에 의해 무사히 구조됐다"고 밝혔다.

스페인어로 외통수란 뜻의 '하케(Jaque)'란 작전명이 붙은 이번 구출작전은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킬 정도로 치밀하고 완벽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비정부기구(NGO) 직원들로 가장해 FARC에 침투한 군요원들은 FARC의 새 지도자인 알폰소 카노의 지시로 인질들을 다른 지역으로 옮겨야 한다고 감시자들을 속인 후 미리 준비해 둔 정부 군헬기에 태워 구출해냈다.

총 한 방 쏘지 않았다.

베탕쿠르와 인질들조차 군헬기 안에서 자신들을 감시하고 괴롭혀온 반군지휘관이 포박당해 꿇어앉아 있는 것을 발견할 때까지 상황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우린 믿을 수가 없었다.

너무 기뻐 서로 부둥켜안고 뛰는 바람에 헬기가 떨어질 뻔했다"고 베탕쿠르는 구출사실을 알았을 당시의 감격을 전했다.

2002년 콜롬비아 '푸른 산소당'의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던 베탕쿠르는 그해 2월23일 남부게릴라 지역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유세에 나섰다가 부통령 후보였던 클라라 로하스와 함께 인질로 잡혔다.

그는 이후 6년 동안 콜롬비아 밀림 속 반군 게릴라 기지를 이리저리 끌려다녔고 수척해진 사진과 절망적인 인질생활 등이 먼저 석방된 인질을 통해 전해지면서 국제적인 구명 운동이 벌어졌다.

특히 지난 1월 이웃나라인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FARC를 설득해 석방된 로하스가 인질생활 중 반군과의 사이에서 아들을 낳았고,강제로 아들을 빼앗겼다가 석방 후 수도 보고타의 아동보호시설에서 극적으로 상봉했다는 사연은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콜롬비아에서 장관을 지낸 아버지와 미스 콜롬비아 출신으로 하원의원이었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베탕쿠르는 프랑스인과 결혼하면서 프랑스 국적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프랑스 정부가 사건 해결에 적극 개입했다.

베탕쿠르의 석방 소식을 보고받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6년 동안의 악몽이 오늘 끝났다"고 환영성명을 발표했고,베르나르 쿠슈네르 외무장관을 콜롬비아 현지로 급파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도 전화통화를 통해 알바로 우리베 콜롬비아 대통령을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라고 치켜세웠다.

베탕쿠르는 기자회견에서 "여전히 대통령으로서 콜롬비아에 봉사하기를 갈망한다"고 밝혀 2010년 치러질 대선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이 경우 2002년 대선에서 최대 정적이었던 우리베 대통령과 베탕쿠르가 또 한 차례 맞대결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


베탕쿠르는…

잉그리드 베탕쿠르는 2002년 '녹색 산소당' 대표로 콜롬비아 대선에 출마했던 인물.유세 도중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에 납치돼 6년간 억류돼 있었다.

콜롬비아에서 태어나 프랑스 파리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그는 프랑스인과 결혼해 프랑스 국적도 갖고 있다.

1989년 콜롬비아로 귀국해 정치에 뛰어든 그는 1994년 반부패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총선에 출마,하원의원에 당선됐으며 이후 상원의원을 거쳐 대통령 선거에 입후보했다.